미술
담배공장이 미술품 수장고로…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오픈
라이프| 2018-12-28 11:38
열린 수장고…관객 누구나 수장품 볼 수 있어
보존과학실도 외부에서 볼 수 있게 운영
2020년까지 4000여점 수장 예정

국립현대미술관이 4번째 분관인 청주관을 지난 27일 오픈했다. 국립미술수장품보존센터인 청주관은 단순히 수장고 역할 뿐만아니라 ‘열린 수장고’를 지향, 누구나 수장고의 미술품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미술관의 역할도 겸한다. 사진은 개방형 수장고 내부.[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청주)=이한빛 기자] 쓸모를 잃고 버려졌던 담배공장이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로 다시 태어났다. 그저 미술품을 쌓아놓는 창고가 아니라 ‘열린 수장고’다. 관객 누구나 수장고의 미술품을 자유롭게 볼 수 있고, 기획전도 열린다. 작은 미술관에 다름 아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청주에 분관을 지난 27일 개관했다. 과천, 덕수궁, 서울에 이은 네 번째 분관이며 서울 수도권을 제외한 첫 지방 분관이다.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 소재 옛 연초제조창(담배공장) 5층 짜리 한 동을 재건축한 공간으로, 연면적 1만9855제곱미터 규모다. 미술관측은 약 1만1000여점의 작품을 수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1900여점의 미술품이 이관된 상태고 2020년까지 순차적으로 4000여점이 보관된다. 지난해 3월 착공, 예산은 577억원이 소요됐다. 10개 수장공간과 15개 보존과학공간, 1개 기획전시실, 2개 교육공간, 조사연구 공간인 라키비움 등이 들어섰다.

청주관의 가장 큰 특징은 ‘개방형 수장고’다. 1층 수장고는 전면이 유리로 마감돼 관객들이 밖에서도 내부를 볼 수 있다. 네 줄로 늘어선 길이 14미터, 높이 4미터 철제구조물에는 최만린, 김세중, 김복진, 문신 등 한국근현대미술사의 주요 조각가들의 작품이 자리잡았다. 철제구조물 앞에는 특수 팔레트(좌대)가 깔렸고 그 위에 이우환, 이불, 안규철, 코디최, 이수경 등 국내 작가 작품과 니키드 생 팔, 쟝 뒤뷔페의 조각이 놓였다. 박미화 학예연구관은 “기존 전시장이 백화점이라면 여기는 ‘코스트코’라고 할 수 있다”고 비유했다. 큐레이터가 적극 개입하는 일반적인 전시와는 달리, 개방형 수장고에서는 관객이 좌대와 선반에 놓인 작품들을 이끌리는 대로 감상한다. 작품 설명이나 가이드가 없는 만큼, 작품을 ‘날 것’ 그대로 만나는 느낌도 강하다.

그러나 배치된 작품들의 레이아웃을 보면 무작위로 작품을 쌓아놓은 것이 아니라 섬세하게 배치했음을 알 수 있다. 철제구조물에는 근대조각이 자리잡았고, 그 복도 끝에는 백남준의 ‘데카르트’가 놓였다. 세계적 미디어아트 거장인 백남준의 뿌리가 한국과 닿아있음을 강조한다. 팔레트 위의 작품들도 비엔날레 참여작가군 끼리 모으는 등 관람 동선을 고려했다. 

보이는 보존과학실 전경 [사진=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또다른 개방형 수장고는 3층에 마련됐다. 정부 미술은행 소장품이 이곳에 모였다. 미술관 소장품과는 결이 다른,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작업들이다. 또 이곳엔 ‘보이는 보존과학실’도 있다. 관람객들이 투명한 창을 통해 그림을 수복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장엽 개관준비단 운영과장은 “청주관은 미술관이 더는 비밀스러운 성역이 아니라 투명한 공간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라면서 “미술품 보존과 관리를 청주 시민을 비롯한 국민이 감독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밝혔다. 전시기능을 함께하는 수장고는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도 시도됐다. 미술관측은 “스위스 바젤의 샤올라거(Schaulager), 프랑스 루브르 랑스 등을 벤치마킹했다”고 설명했다.

5층엔 기획전시실이 있다. 개관 특별전으로 미술품 소장품으로 구성된 ‘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가 열린다. 강익중, 김수자, 임흥순, 정연두 등 작가 15명의 회화와 조각, 영상 23점이 전시된다. 수장보존센터에서 굳이 기획전을 하는 이유에 대해 장 운영과장은 “개방수장고 구조상 회화나 미디어, 설치 작품을 수장·전시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기에 별도 공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술관은 앞으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와 지역 미술관, 작가레지던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청주관이 제대로 자리잡으려면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개관식은 지난 27일 열렸지만, 청주관을 제외한 나머지 옛 연초제조창 건물은 모두 공사중이었다. 미술관은 야외 조각공원의 경우, 내년 6~9월 사이 조성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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