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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용의 화식열전] 일감몰아주기에서 이젠 일감 유동화로
뉴스종합| 2019-01-09 11:43
SPC 통한 계열사 지분 차입투자
개인대출 기업대출 판단 곧 나와
공정거래법 적용 가능성 열릴 수
대기업 지배구조 IB딜에 영향 커


국내 최초로 투자은행(IB)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한국증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여부가 증권가는 물론 재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는 모양새다. 증권가에는 새로운 일감이, 재계에는 이른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는 ‘일감 유동화’의 모델이 될 수 있어서다.

논란이 된 거래 내용은 이렇다. 2017년 SK가 LG로부터 LG실트론 지분 51%를 인수하면서, 특수목적법인(SPC) 두 곳이 기존 주주였던 보고펀드로부터 지분 29.5%를 인수한다. 두 SPC는 한국증권으로부터 1672억원을 빌린 키스아이비제16차와, 삼성증권으로부터 863억원을 차입한 더블에스파트너쉽이다.

두 SPC는 최태원 SK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으로 연결된다. 두 증권사가 두 SPC에 돈을 빌려주면서 최 회장의 (주)SK 지분을 담보로 잡았다. SK실트론 주식과 관련한 손실위험과 차익기회는 모두 최 회장에 있다. 한국증권은 SPC에 대한 ‘기업대출’이란 입장이고, 감독당국은 최종수익자인 최 회장에 대한 ‘개인대출’로 의심한다.

이 같은 투자구조 자체는 투자은행(IB) 시장에서 그동안 드물지 않았다. 그럼에도 문제가 된 이유는 두 가지다. 한국증권이 대출자금을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했다는 점과 최종수익자가 공정거래법 적용을 받는 대기업 총수라는 점이다.


지배구조 관련 거래는 IB시장에서 아주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정부가 일감몰아주기를 강력규제하면서, 최근 ‘일감’들을 외부에 매각하는 ‘일감 유동화’가 특히 급증했다.

2018년 3분기까지 SK실트론 매출 9750억원 가운데 특수관계자의 거래는 2429억원이다. 전년도에는 9331억원의 가운데 178억원이었다. SK실트론 매출은 2016년 8363억원, 2017년 9331억원, 2018년에는 3분까지 벌써 9750억원이다. 세전이익은 91억원, 1327억원, 2732억원으로 ‘급증’했다. SPC의 SK실트론 인수 주당가격은 1만2900원이다. 전년 주당순이익(P/E) 1738원 대비 7.42배다. 같은 PER을 2018년 9개월치에만 적용해도 주당가치는 3만253원이 된다. 2018년 연간실적으로 주당가치는 4만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평가차익만 5000억원이 넘을 수 있다.

한국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이번과 유사한 구조에 투자할 수 없다면 정일문 신임사장이 공언한 올 영업이익 1조 달성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증권은 2017년 한해 68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8년은 3분기까지 5400억원으로 전년동기 5300억원에 비해 소폭 늘어난 수준이다. 4분기까지 합쳐도 많아야 7000억원을 살짝 넘기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증권사들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환경은 주식이나 채권시장이 활황이거나,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활발할 때다. 올해는 증시 활황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고, 채권시장도 절대금리 수준이 높지 않아 추가 금리하락(가격상승) 가능성이 크지 않다. 기대할 곳은 IB관련 거래다.

금융당국이 SK실트론 SPC주주들에 대한 대출을 개인대출로 결론을 내린다면 최 회장은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검증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감 유동화’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려는 일부 대기업 총수일가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대출로 결론난다면 ‘일감유동화’는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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