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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용의 화식열전] 한화 3형제의 절묘한 일감유동화
뉴스종합| 2019-01-15 11:30
한화시스템 조기상장 유력
반값 매입 헬리오스 ‘대박’
PEF로 일감규제 회피사례


한화시스템이 올해 조기에 기업공개(IPO)에 나설 전망이다. 사모펀드를 통한 대기업 총수일가의 일감유동화가 현금화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한화시스템의 최대주주는 한화에어로스페이지만 2대주주는 유한회사인 헬리오스C&C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세 아들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에이치솔루선 보유지분을 인수한 덕분이다. 3형제는 지분 매각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게 됐다.

시장의 관심은 한화시스템의 공모가다. 3형제가 지난해 8월 헬리오스에 지분을 매각한 가격은 주당 1만 5732원이다. 발행주식수가 5100만주니까 당시 한화시스템의 기업가치는 8030억원 가량이다. 그런데 시장에서 추정하는 한화시스템 상장 기업가치는 2~3조원이다.

3형제가 헬리오스에 매각하지 않고, 상장 후 구주매출로 내놨다면 2배 이상의 돈을 만질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굳이 헬리오스에 매각했을까?

헬리오스는 사모펀드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재무적투자자(FI)와 함께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지배구조나 출자자 등이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한화 측은 그룹 및 특수관계인이 헬리오스와 어떤 이해관계도 없다는 입장이다.

3형제의 지분을 매입한 자금은 한국증권, 우리은행에서 빌렸다. 2017년 최태원 SK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인수하는 데 SPC을 통해 그 자금을 한국증권과 삼성증권에서 빌린 구조를 떠올리게 한다. 한국증권은 한화시스템 상장 주관사이기도 하다.

‘헬리오스S&C’라는 법인명은 에이치솔루션이 이름을 바꾸기 전인 한화S&C를 떠올리게 한다. 원래 옛 한화그룹의 시스템통합(SI) 등을 맡던 회사다. 김 회장 아들 3형제가 100% 지분을 가진 개인회사였다.

2017년 9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정보통신 부문을 같은 이름 신설법인인 한화S&C로 떼어내고, 존속법인은 에이치솔루션으로 이름을 바꾼다. 이어 에이치솔루션은 한화S&C 지분 44.64%를 2500억 원에 헬리오스로 매각한다. 한화S&C는 이후 한화시스템에 피흡수합병된다.

애초 분할 당시 한화S&C의 자기자본은 842억 원(2017년3월 말 기준)에 불과했다. 순자산 375억 원어치 주식에 무려 2500억 원의 값이 매겨졌다. 높은 가치평가를 바탕으로 5월 말 한화시스템과 한화S&C의 합병비율은 1 대 0.8901로 정해졌다.

한화S&C의 기업가치가 한화시스템의 89%에 달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두 회사의 덩치 차이는 엄청나다. 2017년 말 기준 한화시스템은 자본총계 3168억 원, 매출 8586억 원, 세전이익 252억 원이다. 한화S&C는 자본총계 1101억 원. 매출액 3633억 원, 세전이익 349억 원이다. 거의 대등한 합병비율 덕분에 56.3%였던 에이치솔루션 보유 한화S&C 지분율은 합병법인 한화시스템에서도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 그 지분을 다시 헬리오스에 매각한 것이다.

한화시스템이 상장을 하고, 기대대로 2~3조원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헬리오스 투자자들은 ‘대박’을 낼 수 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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