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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中경제 ‘남자팬티지수’에 희망걸기
뉴스종합| 2019-01-17 11:26
최근 발표된 중국의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훨씬 더 나쁘게 나왔다.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 동북부 랴오닝(遼寧)성에서 남자팬티 판매가 급증, 경기 회복 신호로 보인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의 보도였다.

신문은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의 수치를 인용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랴오닝성 남성들의 팬티 소비는 전년보다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팬티 판매로 경기를 판단하는 지수는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원조다. 남자들은 매우 절박하지 않으면 팬티부터 사지 않는다는 습성을 근거로 ‘그린스펀 남자팬티 지수(Greenspan’s manty index)’가 만들어졌다. 이에 팬티 판매량이 줄면 경기 위축, 반대면 경기가 회복한다고 진단했다.

내수 침체, 수출입 감소, 부동산 하강 등 어디를 봐도 중국 경기 하방 징조가 뚜렷한데 돌연 ‘남자팬티’가 희망의 등불을 켠 셈이다.

하지만 이 기사는 나오자마자 비웃음을 샀다.

일단 판매량 증가에 대한 명확한 비교 근거가 없었다. 이 지역 인구 변화나 성비 변화 등 구체적인 수치가 더 필요해 보인다. 더욱이 일개 온라인회사의 판매 통계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소비자와 투자자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관영매체의 과도한 인용이라는 비아냥이 단박에 나왔다. 한 지역의 남자팬티 지수까지 언급할 정도니 중국 경제가 실제로는 더 심각한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만 키웠다.

지난해 중국 증시는 25%나 쪼그라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끈질긴 무역전쟁은 올해 중국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전망이다.

중국 지도부로서는 언론에서 ‘침체’라는 단어만 써도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최근 중국 언론이 감세나 기업부양, 중소기업 대출 확대 등 경기 진작 조치만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지난 월요일 수출입지표와 관련한 보도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수출입규모 30억위안 돌파.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교역국가’라는 제목의 기사 투성이었다. 그나마 참담한 12월 지표를 언급한 곳도 ‘휴대폰 때문’, ‘성장 지속’ 등 변명이나 희망으로 위장한 내용들이었다. 같은 숫자를 놓고 외신들은 ‘무역분쟁 영향 가시화’라고 분석했고, 중국 언론들은 ‘최대 교역국가 수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중국의 통계는 가뜩이나 신뢰가 없기로 유명하다. 심지어 일부 비관론자들은 중국정부가 공식 발표한 6%대의 성장률도 허구라며, 실제로는 1%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중국에서 경제는 먹고 사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공산당이 지금까지 정권 유지를 해온 것은 순전히 고속 경제발전 덕분이다. 중국의 언론들이 경기 침체의 심각성을 사실대로 떠들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친 언론 개입은 더 큰 의심을 부를 뿐이다. 남자팬티지수 해프닝처럼 말이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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