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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차 절반이 생계형인데”…배출가스 등급제 우려 목소리
뉴스종합| 2019-01-18 11:26
환경부, 내달 15일부터 시행 돌입
비상저감조치 발령땐 운행 제한
생업수단인 서민들에겐 큰 타격
저감장치 정부지원도 미미 ‘불만’


용달 경력 30년차인 박기영(64) 씨는 최근 20년이 넘은 화물차를 바꿔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크다. 다음 달부터 ‘배출가스 등급제(5등급)’가 시행되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효되는 날 차량을 운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차를 바꿀 여력이 없는 그는 ‘저감장치’라도 달까 고민해봤지만 비용이 부담스럽다. 그는 “한 달 운행해서 120만원 정도 버는데 하루 일 못하면 타격이 크다”며 “일이 매일 있는 것도 아닌데 미세먼지 심한 날 일 못할 걱정까지 하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18일 환경부에 따르면 다음 달 15일부터 ‘배출가스 등급제’가 시행된다. 배출가스 등급제는 운행 중이거나 제작 단계에 있는 모든 차량을 유종과 연식,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의 배출 정도에 따라 5개 등급으로 분류하는 제도다. 대기오염 물질 배출이 없는 전기차와 수소차는 1등급, 하이브리드차는 1~3등급, 휘발유·가스차는 1~5등급, 경유차는 3~5등급을 부여받는다.

이는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에 따른 조치로, 이 조치가 발효되면 5등급 차량은 수도권 내 운행을 할 수 없다.

정부가 배출가스 등급제를 시행하는 것은 효과적인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서다. 그동안 시행했던 차량 2부제는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이라 효과가 적다는 지적이 있었다.

환경부는 5등급제가 2부제에 비해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3배 클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5등급 차 중에선 화물과 용달 등 생업에 이용하는 이른바 ‘생계형 차량’이 많은데, 갑자기 운행을 중단할 수 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5등급 차량 269만5079대 중 화물차는 132만 9813대로 절반에 달한다. 대부분 ‘생계형’이다. 여기에 승합차 24만 4189대까지 더하면 생계형 차량은 더 늘어난다.

업계에선 갑작스럽게 비상저감조치가 발효될 경우 생계형으로 차량을 운행하는 서민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국용달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관계자는 “비상저감조치가 보통 하루 전에 나는데 다음날 예약이 있으면 취소할 수밖에 없다. 심한 경우에는 계약 해지까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열 전국개별화물연합회 부장은 “배출가스 저감장치 달 때 90%를 지원해주겠다고 하는데 설치 비용이 400만원에서 1000만원 정도 한다. 그런데 이마저도 정부예산이 없어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비판했다. 등급제가 서민 부담을 크게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택시기사 조모 씨는 “지금 타는 차는 20년 됐어도 주행이 12만km 밖에 안 된다. 연식만 갖고서 규제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새 차 못 사는 사람들을 쥐어짜는 식”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생계형 노후 차량에 대해 지원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5등급 차량에 포함된 저소득층이나 생계형 노후 경유차는 지자체와 함께 조기 폐차나 저감장치 부착, LPG차로 전환하는 등 지원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며 “관련 협회와 유기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고 저감장치를 설치하고자 하는 분들의 수요를 파악해서 그 분들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업계에선 “정부가 매년 겨울과 봄에 미세먼지가 극심해지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뒤늦게 저공해차량으로 전환 등을 검토한다”며 “사후약방문 아니냐”고 꼬집었다.

성기윤 기자/sky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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