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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의장의 군용기 사용을 금지해 해외 순방을 막은 지난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는 정부의 전용기를 이용해 플로리다 주의 별장으로 날아갔다고 NBC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이유로 펠로시 의장과 의원들의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방문을 취소시킨 지 불과 몇 시간 후 영부인은 사적인 목적으로 군용기를 사용한 것이다.
NBC는 멜라니아 여사가 가족 소유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주말 연휴를 보내기 위해 플로리다에 머물 전망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에 남아있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팜 비치로 가는 비행이 미리 예약돼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비행은 공식적으로 ‘EXEC1F’로 지명됐는데, 이는 대통령 가족이 군용기에 탑승할 때 사용되는 호출 부호다. 멜라니아 여사가 탑승한 비행기는 ‘보잉 C32-A’로 이는 대통령, 영부인, 부통령, 국무 장관을 수송하는 데 사용되는 종류의 비행기다.
이같은 사실에 대해 영부인 측과 백악관은 즉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CNBC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펠로시 의장에게 갑작스럽게 서한을 보내 “셧다운 사태로 벨기에, 이집트, 아프가니스탄 순방 일정이 연기됐다는 사실을 알리게 돼 유감스럽다”며 “우리는 셧다운이 끝나면 7일간의 순방 일정을 다시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80만명의 위대한 미국 노동자들이 급여도 받지 못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감안할 때 이번 대외 일정을 연기하는 게 지극히 합당하다는 데 동의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지금은 당신이 워싱턴에 남아 셧다운을 끝내기 위해 나와 협상하고 강력한 국경 보안 운동에 합류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다른 의원들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순방길에 오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당일 군용기 사용을 금지하면서 순방은 취소됐다.
이같은 조치는 전날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신을 보내 연두교서(국정연설)를 연기하거나 서면으로 대신할 것을 제안한 바로 다음날 나와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으로 해석됐다.
펠로시 의장의 대변인인 드류 해밀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기간 중 공화당 의원들과 함께 이라크를 방문한 바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을 필두로 한 민주당 의원들과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로 인해 촉발된 셧다운은 역대 최장 기록을 넘어 이날까지 27일째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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