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기업이 끌고 정부가 밀어 ‘깜짝 성장’
뉴스종합| 2019-01-22 11:28
한은, 작년 4분기 GDP 발표

국민소득 3만1000달러 넘어서
‘좋은징조 vs 일시적’ 평가는 갈려



반도체 등 수출 부진에도 우리나라의 4분기 GDP(국내총생산)가 깜짝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설비투자 호조와 정부지출 증가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18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보면 4분기 설비투자의 경우 기계류는 줄었으나 운송장비가 늘면서 전기대비 3.8% 증가율을 기록했다. 2017년 2분기(4.3%) 이후 6분기 만에 최고치다.

정부소비도 물건비 및 건강보험급여비 등 지출이 늘어 3.1% 증가하면서 성장을 견인하는 등 재정의 경기 진작 효과를 톡톡히 보여줬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위축을 완화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정부 재정의 경기 완화 기능이 작동했다”며 “작년에 지방정부가 7월에 새로 출범했기때문에 3분기에는 아직 조직지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4분기에 정부지출이 집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지방정부의 예산 집행 지연으로 지난해 3분기 전기대비 성장률이 0.6%를 기록했는데, 한은은 4분기 정부의 과지출분을 3분기에 적용할 경우 3분기와 4분기 각각 0.8%씩의 성장률을 보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작년 연간 성장률은 목표치인 2.7%를 달성했다. 그러나 2012년(2.3%) 이후 6년 만에 최저 수준이고 2016년에 이어 다시 2년 만에 3%대 성장선이 무너지면서 다시 2%대 박스권 성장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연초부터 수출 실적도 악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글로벌 무역분쟁 이슈가 지속됨에 따라 올해 대내외 여건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여 아직 경기 전망을 낙관하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박 국장은 올 전망에 대해 “반도체 등 전기 및 전자기기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등 기계설비 등의 수출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달 20일까지의 통관수출도 마이너스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주요국의 무역분쟁 흐름과 중국경기의 위축 가능성을 염두하면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건설투자와 설비투자, 민간소비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늘지 않았다”며 “예상치보다 높은 성장률은 정부가 그만큼 돈을 많이 썼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종의 정부 효과로 일시적 반등에 가깝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성진 고려대 경제학 교수는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양호한데 이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경기에는 좋은 징조로, 아직 속단하긴 이르고 1~2월까지 이런 흐름이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며 “세계 전체적으로 올해 경제 상황이 어려울 것이라고 하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이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지난해 1인당 GNI(국민총소득)이 3만1000달러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박 국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속보치 기준 실질 경제성장률과 환율을 감안하면 지난해 1인당 GNI가 3만1000달러를 상회한 것으로 계산된다”고 말했다.

2017년 1인당 GNI는 2만9745달러였다. 우리나라는 2006년(2만795달러)에 2만달러 시대에 진입했지만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느라 3만달러 돌파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다.

다만 아직 명목 GDP가 발표되지 않았고 현재 국민계정 기준년 개편 작업을 하고있어서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박 국장은 덧붙였다.

서경원ㆍ김지헌 기자/gil@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