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황교안 대세론’ 최대 피해자는 유승민?
뉴스종합| 2019-01-30 08:26
-친박 수장 자리잡은 黃있는 한국당
-개혁보수 가치 간극 느낀 바른미래
-당 떠나기도…자리 잡기에도 난감

유승민<사진>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당을 떠나지도, 그렇다고 자리를 잡기에도 난감해진 모습이다. [사진=헤럴드DB]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한때 ‘당에서 마음이 뜬 것 같다’던 유 전 대표가 지금은 당을 떠나지도, 그렇다고 자리를 잡기에도 난감해진 모습이다. ‘황교안 대세론’의 가장 큰 피해자가 유 전 대표라는 말도 나온다.

손학규 바른미래 대표는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유 전 대표와 지난 24일 만찬 자리를 가졌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비공개로 만찬을 했다. 지난해 6ㆍ13 지방선거 패배 책임으로 물러난 후 당과 거리를 둔 유 전 대표가 당 지도부와 소통에 나선 것이다. 유 전 대표는 다음달 8~9일 진행하는 당 연찬회도 참석한다. 당의 공식행사에 얼굴을 비추는 것은 근 7개월만이다.

정치권은 유 전 대표의 이런 행보가 그의 복잡한 속내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한다. 유 전 대표의 고민이 한층 강화된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이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라는 게 중론이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 때 권한대행을 맡은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물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를 지원한 자유한국당 친박계는 황 전 총리의 당 대표 출마선언으로 더욱 의기양양한 분위기다. 황 전 총리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최선두에 오르는 등 존재감을 과시 중이다.

최근 친유승민계에 속하는 이학재 의원과 함께 박종진 전 앵커, 신용한 전 충북지사 후보 등이 연달아 탈당 혹은 한국당행을 택하면서 유 전 대표의 탈당열차 탑승도 초읽기란 시선이 강했다. 중도 색이 짙어진 당을 떠나 비상대책위원회를 차린 한국당에서 개혁보수 뜻을 펼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황 전 총리가 힘을 얻을수록 이런 예측도 쏙 들어가는 모습이다.

애초 황 전 총리와 비박(비박근혜)계 수장격인 유 전 대표가 의기투합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현재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류성걸ㆍ조해진 전 의원도 친박계 반발로 시ㆍ도당 차원에서 입당 불허 통보를 받았다. 황 전 총리가 문을 연다해도 박 전 대통령에 수차례 쓴 소리를 한 유 전 대표가 들어갈 명분이 없다.

그렇다고 당에 남아있기에는 난관이 많다.

유 전 대표는 손 대표와 만찬에서 그가 추구하는 개혁보수와 당 사이 간극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관계자에 따르면 손 대표가 중도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두 사람 간 생각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 지금의 당 자체도 바른정당보단 이념상 왼쪽으로 치우친다. 특히 유 전 대표는 북한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지만, 내부에선 이와 결이 맞지 않는 목소리도 커졌다.

유 전 대표는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듯 최근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바른정당 창당 2주년인 지난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바른정당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지만, 바른정당의 창당 정신은 남아있고 그 생각은 여전히 소중하다”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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