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ㆍ정경수 기자] 지난해 후반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던 소비자물가가 1월에 0.8% 오르는 데 그쳤다. 물가가 0%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1년만이다. 하지만 농축수산물은 이보다 3배 높은 2.4% 올라 ‘밥상물가’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지속했고, 외식 물가도 지난해 4월 이후 9개월째 3%대의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서민들의 주름살을 깊게 만들고 있다.
경기부진에 따른 전반적인 수요 둔화를 반영해 전체 물가는 다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서민들의 체감도에 영향을 미치는 일부 품목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고 불안 요인도 산재해 있는 셈이다. 이들 품목의 가격 안정이 시급한 상태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전에 비해 0.8%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10월과 11월 2.0%에서 12월에 1.3%로 둔화된 후 0%대로 내려간 것이다. 물가가 0%대로 떨어진 것은 작년 1월(0.8%) 이후 1년만이다.
이는 국제유가 안정과 유류세 인하로 석유류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9.7%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0.43%포인트 끌내렸고,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은 0.8% 하락해 전체 물가에 -0.22%포인트의 영향을 미쳤다.
반면에 서비스 물가는 1.4% 올라 전체 물가를 0.77%포인트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사실상 전체 물가 상승을 서비스 부문이 주도한 셈이다. 이 중에서도 외식을 포함한 개인서비스 물가가 2.5% 오르며 전체 물가를 0.79%포인트 끌어올렸다. 외식 물가는 3.1% 올라 지난해 4월 이후 9개월째 3%대를 지속했고, 농산물도 5.3% 오르면서 전체 물가를 0.22%포인트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의 경우 양파(-30.7%), 딸기(-21.6%), 배추(-17.3%), 달걀(-12.4%) 등은 큰폭으로 내렸지만, 쌀값이 21.8%의 고공행진을 지속한 가운데 배(32.9%), 사과(10.7%) 등 일부 설 성수품은 지난해 작황 부진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올해 체감물가는 꾸준한 상승 추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 인상ㆍ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 등 생신비용과 인건비 상승 요인은 여전한 불안 요소다. 게다가 최근에는 구제역의 전국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식탁물가 상승압력을 키우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소비자물가는 유가하락으로 인해 크게 상승하지 않았다”면서도 “문제는 서민생활에 타격을 주는 체감물가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임금 인상→체감물가 상승→임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올해 경기가 안좋기 때문에 소비자물가는 2% 물가 목표를 하회할 전망”이라며 “하지만 음식료와 서비스 등은 수입을 통해 가격 안정을 꾀할 수 없는 비교역재에 속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체감물가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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