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반
함께 잘 살자면서…낙제점 받은 ‘소득분배’ 궤도 수정 외면하는 文정부
뉴스종합| 2019-02-22 10:30
‘질적 성장’ 꿈꿨지만 되려 ‘최악의 소득양극화’
일자리 질에 집착하다 양을 놓친 오류 지적
소득주도성장 수정ㆍ폐기 목소리도…경기 활력 살리기부터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기부터 소득주도성장을 내걸고 ‘질적 성장’을 추구해왔다. 양극화가 심한 한국 사회에서 서민들의 소득을 끌어올리고, 소비 확대를 통한 경제성장을 꾀하겠다는 취지였다. 일부 소수의 대기업, 고소득층뿐만 아니라 영세자영업자, 저소득층까지 아울러 ‘함께 잘 사는 포용 국가’로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연장선상에서 최근 2년 새 최저임금을 30% 가까이 끌어올렸고, 주당 근로시간을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한번에 16시간을 단축시켰다. 하지만 기대가 높은 만큼 실망도 컸다. 오히려 국민들이 받아든 성적표는 ‘최악의 소득양극화’였다.

22일 통계청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가구별 5분위 소득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눈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5.47배로 4분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0.86포인트 높아졌다. 이 값이 클수록 소득분배가 불균등하다는 의미다. 소득 최하위 20%(1분위) 가구의 지난해 4분기 월평균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7.7%나 감소했다. 소득 하위 20%∼40%(2분위) 가구의 소득도 4.8% 줄었다. 반면 최상위 20%(5분위) 가구 소득은 10.4% 늘었다.

이같은 참사에도 정부는 전체 가계의 소득이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실질소득은 명목소득이 늘어난 효과로 1년 전보다 1.8% 증가했다. 2017년 4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증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고소득층의 나홀로 소득 성장이 만든 수치였다. 정부는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과 기저효과 등 일시적 요인, 고용부진이 겹치면서 저소득층 소득이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흐름상 긍정적인 추이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 저소득층에서 질적 악화가 발생했다는 취지다. 아울러 기초연금 인상, 노인일자리 지원 확대, 근로장려금세제(EITC) 확대 등 기존에 해왔던 재정 지원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정책 목표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지만 여기에 대해선 ‘일언반구’조차 없었다.

고용의 양보다 질에 집착한 나머지 이같은 참사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일자리를 지킨 사람은 상황이 더 나아졌지만 일자리 수 자체가 줄어든 탓에 저소득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며 “최악의 소득양극화는 일자리 개수를 지키지 못한 데서 온 참사”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임금을 올리는 데만 주력했지 일자리 개수를 지키는 데 소홀히 했다”며 “경제적 약자를 오히려 어렵게 만든 점이 소득주도성장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실제로 각종 통계 성적표가 나올 때마다 정부는 정책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질적 개선’을 강조해왔다. 지난 13일 1월 고용동향가 발표되자 정부는 “상용직 근로자 증가, 25세~29세 중심 청년고용 개선, 고용보험 피보험자 증가 등 고용의 질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규 취업자 수가 1만9000명에 그치고, 실업자 수는 122만4000명으로 19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등 양적인 부분에서는 고용 절벽이 이어지고 있지만 질적인 부분에서는 개선되고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었다.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인정하고 경제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또 나왔다. 윤창현 교수는 “정책을 펼친지 2년이 지났지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현 정책 방향을 유지한다면 그 근거가 무엇인지 또는 방향을 수정한다면 어떻게 수정할 계획인지에 대한 분명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최저임금이 대폭 올랐지만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은 오히려 감소했다”며 “특히 현재와 같은 경기 침체 상황에선 단순 노동직이 많은 저소득층이 손해를 많이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경기를 살리고 기업설비투자를 이끌어 내 경기를 부양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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