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보고싶은 것만 보는 자기 프리즘” 비판
-민주당 내부 난감…“문제 핵심 알아야” 자성도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 [연합]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 [연합]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잇따라 ‘20대 발언’ 논란을 일으키면서 주요 지지층 이탈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자 홍영표 원내대표는 유감을 표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 수석대변인인 홍익표 의원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5ㆍ18 망언과 극우 정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20대가 남북관계 개선에 우호적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왜 20대가 가장 보수적이냐, 거의 60~70년대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교육으로 그 아이들에게 적대감을 심어준 것”이라고 했다. 이는 설훈 민주당 최고의원이 한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20대 지지율 하락 이유와 관련해 “20대가 전 정부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탓”도 있다는 취지로 답하며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20대 분노의 불을 더욱 지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청와대의 인식 수준을 보여준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나 청와대의 인식 수준을 그대로 드러내는 말”이라며 “보고 싶은 것만 확대 해석하는 자기 프리즘”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민을 이념 잣대로 갈라치는 전체주의적 모습을 국민들이 얼마나 참아야 하나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바른미래당도 한국당의 공세에 합세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두 사람이 입을 맞춘 듯 20대 지지율이 낮은 원인을 과거 교육 탓으로 돌린다”며 “청년인지 감수성 결여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 DNA 자체에 각인된 듯하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번 논란과 관련해 난감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당 관계자는 “발언의 원래 취지는 과거 정권의 역사 퇴행 시도를 비판하는 것이었는데 표현이 잘못돼 청년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게 된 것 같다”며 “내부적으론 발언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논란 속에서 지지율 우려가 커지자 홍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원내대표로서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청년들은 들어가기 어려운 대기업과 공공부문, 부모 세대의 성취에 따라 인생이 좌우되는 기회의 상실, 넘어설 수 없는 기득권 세상에서 절망하고 있다”며 “이것이 20대의 근본적인 현실 인식”이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청춘이 절망이나 상실의 동의어가 돼서는 안 된다”며 “빛나는 이상, 꿈꿀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당과 정부가 직면한 현실에 공감하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선 전통적인 지지층인 20대가 최근 들어 이탈하면서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한국갤럽의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20대의 긍정 평가는 그 전주에 비해 10%포인트 급락한 41%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도 8%포인트 오른 45%를 차지했다.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는 20대에서도 대통령 부정 평가가 앞서며 50, 60대와 함께 30, 40대 지지층을 압박했다.

일각에선 이번 논란이 20대 청년 지지층에 대한 민주당의 인식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준석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의 주 지지층이 이탈한다는 것은 대통령의 국정 수행, 즉 정부 정책에 불만이 있다는 것인데 당에선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문제의 본질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20대 지지층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선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판단하고 정책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ren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