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국내 면세점, 태국 ‘텃세’ 딛고 공항면세점 따낼까
뉴스종합| 2019-03-18 09:15
-태국 4개 공항 독점 사업자 모집…공정성 논란
-면세 업계 “또다시 자국 기업 특혜”…면세시장 폐쇄적
-텃세 논란에 입찰 잠정 연기…업계 예의 주시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 [공식 홈페이지]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그간 국영기업이 독점해왔던 태국 면세시장이 또 다시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2006년 태국 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획득한 이후 13년간 태국 면세시장을 좌지우지했던 태국 국영기업 ‘킹파워’의 계약 만료를 앞두고 태국공항공사(AoT)가 신규 사업자 모집에 나서면서 독점 사업자를 고집하고 있는 것. 이에 입찰 참여를 고려 중인 국내 업체들도 AoT와 태국 정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태국공항공사(AoT)는 내년 9월 특허가 만료되는 방콕 수완나품, 핫 야이, 푸껫, 치앙마이 등 주요 국제공항 면세점 신규 사업자 모집 절차를 다음달 시작할 계획이었다. 대다수 국가들이 특허권을 공항별로 쪼개 복수 사업자를 모집하는 것과 달리 4개 공항을 한꺼번에 묶어 독점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 골자였다.

이를 두고 공정성 논란이 불붙었다.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듀프리, DFS, 라가데르 등 국내외 유력 업체들은 입찰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AoT가 또다시 자국 기업 밀어주기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회의감을 드러냈다. 면세 업계 관계자는 “공항별로 사업자를 따로 선정하는 게 일반적인데 4개를 한꺼번에 낸다는 것은 결국 자국 기업에게 특허를 몰아주겠다는 것”이라며 “태국이 해외 업체에게 면세 시장을 개방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폐쇄적”이라고 했다.

이 같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태국 정부는 입찰에 제동을 걸었다. 참가 업체들은 기존 일정대로라면 오는 19일부터 입찰 서류를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태국 정부가 AoT에 입찰 방식 변경을 주문하면서 입찰 절차는 당분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독점 사업자 방식이 변경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그간 태국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자국 기업만 지원했던 것을 돌이켜보면 섣불리 기대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태국의 텃세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태국은 2015년 면세시장의 수준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바잉 파워를 보유한 해외 업체에도 문을 개방했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2016년 태국기업과 합자법인을 설립해 이듬해 4월 방콕 시내면세점을 열었지만 아직까지 개점휴업 상태다. 킹파워의 견제로 공항 면세품 인도장 허가를 여태껏 받지 못해 수입 제품은 전시조차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상 영업을 하기 위해선 공항 면세품 인도장을 확보해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입찰에서도 면세품 인도장은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아직 면세품 인도장 입찰 공고가 나오지 않아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국내 면세점들이 태국 면세시장에 주목하는 것은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태국은 씀씀이가 큰 중국인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태국 개발 연구원에 따르면 태국 면세시장은 19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특히 스완나품 공항 면세점의 연매출 규모는 11억 달러(2016년 기준)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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