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임종헌 이어 양승태도 ‘증거 부동의’ 전망…석방 불가피?
뉴스종합| 2019-03-26 10:01
-임 5월13일, 양 8월10일 구속기간 만료… 기간 내 선고 못 하면 석방
-수사기록 20만 쪽 ‘빠른 재판’ 걸림돌, 복사ㆍ기록검토에만 수개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연합]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 부당 개입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법정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돼 4개월여를 앞둔 구속 만기일 전에 선고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만기일은 8월 10일까지다. 함께 기소된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5월 13일이면 풀려난다. 1심에서 정하는 형사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로 정해져 있어 이 기간안에 선고가 나지 않으면 보석 조건으로 석방할 수밖에 없다.

양 전 대법원장 재판은 25일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수사기록 열람과 복사가 아직 덜 끝났다거나 공소사실을 명확히 하는 내용에 대한 의견서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 역시 ‘범죄혐의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부분이 많다’며 검찰 측에 공소장 변경을 요구해 본격적인 공방이 이뤄지려면 몇 차례 준비기일이 더 열릴 전망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기록을 그대로 증거로 동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록이 A4용지로 17만여 쪽에 달해 20만여 쪽에 달하는 임 전 차장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제출한 서면을 일일이 읽어보고 반박하는 작업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법정에서 설전을 벌이는 편이 방어권 행사에 유리한 상황이다. 실제 임 전 차장도 검찰 수사기록 등 서면 증거를 부동의하고 직접 증인을 법정에 세워 공방을 펼치기로 했다. 서면이 아닌 법정 증언 위주로 재판이 이뤄진다면 심리 기간은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법원장 출신의 한 법조인은 “검찰이야 검사 수십 명이 달려들어 6개월 넘게 기록을 썼지만, 재판받는 사람은 그 많은 양을 한 번 읽어보는 데만도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양 전 대법원장 입장에서는 모든 걸 법정에서 다투는 방식을 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형로펌 출신의 한 변호사도 “보통 로펌에서 수사 및 재판기록 복사를 해오도록 직원 2명을 법원에 보낸다. 20만 페이지를 두 명이서 복사만 해도 1달 넘게 걸릴 것”이라며 “복사비용만 해도 수천만원은 나온다”고 말했다.

검찰의 ‘기록 폭탄’을 그대로 받아준다면 변호사 비용이 올라가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장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기록검토는 책 읽는게 아니라서 다 읽었어도 일일이 맞냐 틀리냐 변호사들끼리 모여 팩트체크를 해야 한다”며 “이런 사건 하나 맡으면 5명 정도의 변호사가 다른 사건을 모두 멈추고 여기에만 전념해야 되는데, 이에 대한 상당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 억원이 들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임 전 차장은 기존 변호인단을 해임하고 2명만 새로 선임해 스스로 변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수사기록을 증거로 쓰는데 동의하지 않고 직접 증인을 법정으로 불러오는 전략을 취했다. 수십 명 이상의 전,현직 판사들이 법정에 서게 될 전망이다.

구속만기 때까지 선고가 나지 않아 석방될 경우 양 전 대법원장은 훨씬 수월한 입장에서 재판에 임하게 된다. 형사사건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구치소에서 20만페이지를 연필로 메모하며 재판을 준비하는 것보다 밖에 나와서 컴퓨터를 이용한다면 훨씬 피고인 입장에서 수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복잡한 사건은 6개월 내에 끝낼 수가 없다. 사법구조상의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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