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美, 한미회담 날 잡고 北손짓 “몇달 내 보길 바란다”
뉴스종합| 2019-04-02 09:30
-한미회담 발표 다음날 폼페이오 “북미정상 수개월 내 다시 만나길 희망”
-한미 외교회담 결과에 ‘불가역적’빠진 ‘FFVD’그대로
-유화 제스처 속 제재는 유지 “비핵화 스케줄 앞당길 것”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EPA]

[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 한국과 정상회담 일정을 확정지은 미국이 거의 동시에 북한과의 ‘화해 분위기’ 조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청와대와 이미 조율을 끝낸 톱다운 대화 기류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도 우회적으로 전달하면서 이른바 ‘당근과 채찍’을 병행할 것이라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미 국무부는 1일(현지 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달 2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펜실베이니아 지역방송 ‘WHP580라디오’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 전문을 게재했다. 인터뷰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두 지도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 몇달 내로 다시 함께 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핵화로 가는 길에서 실질적인 첫 발 또는 실질적인 큰 걸음을 달성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북한 지도자를 향해 ‘다시 만나자’고 한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 시점은 백악관이 청와대와 시점을 맞춰 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한 28일(미국 시각 기준) 바로 다음날이었다. ‘다가올 수개월 내(in the coming month)’라는 구체적인 시점까지 언급한 것은 최근 몇 주일 간 찾아볼 수 없었던 메시지다. 게다가 ‘두 지도자(two leaders)’란 단어를 통해 사실상 3차 북미정상회담을 예고했다. 이는 미국 측이 여전히 북한과의 톱다운(top-down)방식 비핵화 외교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우리 청와대도 지난 29일 하노이 북미회담 뒤에 한미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현 국면을 진전시킨 톱다운 방식이 앞으로도 활발히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강경 발언 수위가 다소 낮아진 것은 강경화 외교장관과의 회담결과 공개에서도 엿볼 수 있다. 미 국무부는 1일 로버트 팔라디노 부대변인 명의 발표에서 “양국 외교장관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을 위한 노력에 대해 토의했다”고 했다. 적어도 공식적으론 ‘불가역적’이란 단어를 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 표현을 자제했다. 하노이 회담 직전까지 미국이 통상적으로 쓰던 개념을 변함없이 적용한 것이다. 지난달 31일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2차장도 “보고를 받고 있었다”고 언급한 하노이 회담 때의 이른바 ‘빅딜 문서’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 핵프로그램 포괄적 신고와 모든 관련 활동 및 새 시설물 건축 중단ㆍ모든 핵 인프라 제거ㆍ모든 핵 프로그램 과학자 및 기술자의 활동 전환을 요구했다. 이는 북한이 강하게 반발했던 ‘리비아 방식 비핵화 해법’ 또는 CVID에 다가간 개념으로 해석됐다.

물론 표현 수위가 낮아졌다 해서 미국의 대북제재 기조가 달라지진 않았다는 분석이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WHP580 인터뷰에서 이 점을 에둘러 강조했다. “북한 주민들은 제재 하에서 잘 지내지 못하고 있다”며 “그런 점이 (비핵화를 위한) 스케줄을 더욱 빨리 재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대북 제재의 효과가 분명했기에, 이를 지속하는 것은 빠른 비핵화에 도움이 된다는 메시지다.

한국 정부도 이같은 미국의 제재기류에 특별한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한미정상회담 의제조율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김현종 차장은 미국 도착 직후 정상회담 논의 의제에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문제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지에 관한 기자들 물음에 “그건 지금 제가 코멘트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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