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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 ‘일요일 빨간셔츠 마법’ 통했나…메이저 첫 역전 우승까지
엔터테인먼트| 2019-04-15 10:17
-“행운 가져다 줄 것” 어머니 권유에 빨간 셔츠 입어
- 2009년 양용은에 역전패 이후 첫 챔피언조…우승

타이거 우즈(미국)가 15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번째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대회를 마치고 우승을 확인한 뒤 포효하고 있다. 우즈는 이날 2언더파 70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 14년 만에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EPA]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4ㆍ미국)가 또 ‘일요일 빨간 셔츠의 마법’을 부렸다. ‘마법’은 그에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11년 만에, 마스터스에서 14년 만에 우승을 안겨 줬다. 아울러 화려했던 그의 커리어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에서 역전 우승하는 기쁨도 줬다.

15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번째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 라운드 마지막 홀. 현지시간으로 일요일인 14일이었다.

우즈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색 모자, 빨간색 셔츠, 검은색 바지를 입고 그린에 나섰다. 22년 전인 1997년 같은 장소에서 자신의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이자 첫 그린 재킷을 입었을 때와 똑같은 배색의 차림이었다. 당시 그는 18언더파(270타)로 우승했다. 흑인 선수 최초 우승이었다. 현재까지 72홀 기준 마스터스 사상 최소타, 최연소(21세 3개월 14일) 우승 기록으로 남아 있다. 당시의 좋은 ‘추억’을 재현하려는 듯 보였다.

우즈가 빨간 셔츠를 입게 된 계기는 태국 출신 모친 쿨디다 때문이었다. 쿨디다는 우즈가 어릴 적 골프를 배우러 클럽을 잡기 시작할 때부터 “항상 이겨야 한다”고 강하게 가르쳤다. “빨간 셔츠가 행운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권한 것도 쿨디다였다. 모친의 권유에 우즈는 빨간색 셔츠를 입고 통상 현지시간으로 일요일에 열리는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 나서고 있다.

‘일요일 빨간 셔츠의 마법’이 통했을까. 우즈는 지난해부터 ‘천적’으로 떠오른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에 2타 뒤진 공동 2위로 챔피언조 맞대결에 나섰다. 중반까지는 몰리나리의 ‘빗장 골프’에 갇혀 답답한 경기를 이어 갔다. 하지만 악명 높은 아멘 코너에서 우즈는 승기를 잡았다. 아멘 코너 두 번째 홀인 11번 홀(파3)에서 몰리나리는 티샷을 짧게 쳐 물에 빠트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2타를 잃은 몰리나리와 공동 선두가 된 우즈는 경기 막바지인 15번 홀(파5)에서 승기를 잡았다. 티샷을 페어웨이에 안착시킨 우즈는 227야드를 남기고 그린에 볼을 올린 뒤 가볍게 버디를 보태 마침내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티샷이 페어웨이 우측으로 벗어나 레이업을 해야 했던 몰리나리는 세 번째 샷이 물에 빠져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다.

한번 먹잇감을 문 맹수처럼 우즈는 16번 홀(파3)에서 1.5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2타차로 앞서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18번 홀(파4)에서 티샷 실수로 세 번 만에 그린에 올라와 1타를 잃었지만 ‘대세’에는 지장이 없었다. 한뼘 거리의 보기 퍼트를 집어넣은 우즈는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우즈는 최종 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했다. 앞서 갔던 몰리나리는 2타를 잃은 끝에 공동 5위(11언더파 277타)로 밀렸다.

우즈에게는 이번 우승인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우즈는 메이저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역전 우승했다. 메이저 대회 15승으로 역대 2위(1위 잭 니클라우스ㆍ미국ㆍ18승)에 빛나는 우즈지만 메이저 대회에서는 역전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우즈는 2009년 역시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양용은(47)에게 역전패를 당하기 전까지 우즈는 단 한 번도 역전패를 허용하지 않았다. 돌려 말하면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반드시 우승했지만,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우승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양용은에게 역전패를 당한 뒤 우즈는 나락에 빠졌다. 올해까지 10년간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은 고사하고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한 것은 2009년 PGA 챔피언십에서 양용은과 나섰던 것이 마지막이었다.

22년 전과 올해의 같은 점은 ‘일요일 빨간 셔츠의 마법’이었지만, 달라진 점은 우즈에게 생긴 자녀였다. 이날 우즈는 우승을 확정한 뒤 딸 샘 알렉시스, 아들 찰리 악셀과 포옹했다. 샘은 2007년, 찰리는 2009년에 태어나 우즈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는 순간에 나타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즈는 “마지막 퍼트를 넣었을 무엇을 했는지 몰랐지만 아무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며 “처음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1997년에는 아버지와 함께했지만, 지금은 내가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고 감격스러워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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