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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5주기] “잊혀지지 않았으면”…대한민국 안전한가요?
뉴스종합| 2019-04-16 10:19
-세월호 유가족 “시간 지나 아이들 잊혀지는게 가장 두려워”
-원인 규명 안되고 책임자 처벌도 요원…유가족 “특별수사단 꾸려야“

[사진=15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책임자 처벌 대상 1차 발표 기자회견’에서 4ㆍ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등 참석자들이 1차 처벌 대상 명단을 발표하기 앞서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아이들이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세월호가 잊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야속하다. 고(故) 권순범 군의 어머니 최지영씨는 세월호참사 5주기 하루 전인 15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시간”이라며 사람들이 세월호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날 이후로 가슴이 주먹만한 돌덩이가 앉아 있다. 4월만 되면 온몸이 다 아프다”며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가족들의 요구에 반응하는 시민들의 열기도 예전 같지 않다. 지난 3월 유가족들은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 설치와 세월호참사 전면재수사’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렸지만 아직 답변 기준 20만명의 서명을 얻지 못했다. 최씨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딱 하나다.세월호가 잊혀지지 않고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 왜 아이들을 구하지 않았느냐가 밝혀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유가족들의 심정도 최씨와 같다. 고(故) 김동혁군의 아버지 김영래 씨는 14일 성남에서 열린 5주기 추모제에 참석하는 길에 “시민들이 ‘세월호가 지겹다’고 수근대는 소리를 들었다. 같이 울어줬던 사람들이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느냐. 할 만큼 하지 않았느냐고 한다. 아프고 아리고 힘들다”며 “동혁이 사진을 시청에 그대로 뒀다. 광화문에 있었으면 좋겠다. 해결된 것도 없는데 아이들의 죽음이 옛날 얘기 처럼, 과거사처럼 된 기분이 든다“고 했다.

이들 유가족들의 호소처럼, 세월호 침몰의 진실은 참사 발생 5년이 되도록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 유족입장에서 변화한 것은 4년8개월동안 광화문 광장에서 있던 세월호 천막이 철거된 것 하나 밖에 없다.

진실을 규명하겠다며 정부와 국회가 했던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15년 1월 1일부터 세월호 특별법 제정으로 4ㆍ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1기가 꾸려졌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특조위 해산뒤에는 청와대와 정부가 조직적으로 특조위의 활동을 방해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는 특조위의 활동기간도 문제를 삼았고, 결국 2016년 9월 30일 정부는 특조위를 강제해산했다. 특조위가 세월호 침몰원인을 밝혀내기도 전이었다.

2018년 3월 문재인 정부 들어 꾸려진 2기 특조위는 최근 세월호 참사의 주요 증거물인 폐쇄회로(CC)TV DVR(영상저장녹화장치)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유의미한 조사결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2기 특조위 역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압수수색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하고 책임자를 추궁할 수 있는 수사권이 없다는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수사권을 가진 검찰의 특별조사단을 꾸리기를 호소하는 이유다. 김영래 씨는 “5년동안 유가족 입장에서는 변한 것이 없다”며 “박근혜 정부 때는 분노를 표출하거나 싸우기라도 했지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렇게도 할 수 없어 부모들이 답답해하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 처벌(업무상과실치사)을 위한 공소시효도 2년 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국민 안전 문제 역시 지난 5년 동안 크게 변한 것은 없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2015년부터 ‘4월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한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평가다.

해양선박사고도 증가 추세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2013~2018년 사고유형별 해양사고 현황’, ‘2013~2018년 선박용도별 해양사고 현황’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이후에도 해양사고가 매년 꾸준히 늘었다. 특히 충돌, 접촉, 좌초, 기관 손상, 부유물 감김, 운항 저해 등 인적 과실에 의한 사고도 증가 추세로 드러났다.

전체 해양사고는 2014년 1330건이었으나 매년 증가해 지난해 2671건으로 두 배 이상이 됐다. 이 중 인적 과실로 인한 해양사고 역시 2014년 839건에서 지난해 1701건으로 두 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지만, 현장에서는 안전 불감증이 여전하다.

낚싯배와 같은 소형선박들이 조업하다가 안전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 영업 신고를 한 전국의 낚싯배는 2017년 4487척, 지난해 4543척 등으로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낚싯배 사고는 같은 기간 동안 87건에서 231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여가활동이 늘어나면서 급증한 수상레저기구 사고도 늘었다. 수상레저기구로 인한 해양사고는 집계가 시작된 2017년 472건, 지난해 469건으로 나타났다.

해양 사고 이외의 안전도 역시 여전히 문제다. 지난해 12월 서울 대성고 3학년 학생 10명은 수능을 마치고 현장체험학습을 떠난 강릉의 한 펜션에서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3명은 숨지고, 7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또 세월호 이후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모군이 사망했고,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 작업자 김용균씨가 작업도중 사망하는 등 등 위험한 작업환경에 노출된 노동자들이 숨지는 사고도 여전히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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