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2025년 인류 22% ‘절대적 물 기근’…물은 대체품이 없다
뉴스종합| 2019-04-22 11:42
2040년 33개국이 극심한 물 부족
중동·아프라카 국가 대부분 포함
‘바닷물 담수화’는 너무 큰 비용
‘물 발자국’ 개념 중요성 더 커져



수도꼭지를 틀면 깨끗한 물이 쏟아져 나온다. 원하는 만큼 손쉽게 물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물을 구하기 위한 노력이 인류 역사를 결정짓는 중대한 투쟁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잊기 쉽다.

그러나 1년 전만 해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타운은 대도시로는 세계 최초로 물을 다 쓴 도시가 될 뻔했다. 도시 전체의 수도꼭지를 잠그는 ‘데이 제로’(Day zero) 카운트 다운에 돌입한 뒤, 도시의 75%에 제한급수를 실시하면서 데이 제로 시행일은 극적으로 늦춰질 수 있었다.

물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 멕시코, 아프리카 북부, 인도 남동부 지역에서 물의 고갈은 이미 시간문제다. 


세계자원연구소는 2040년까지 ‘물 스트레스 국가’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 33개국이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했다. 물 스트레스 국가란 1인당 가용 수자원량이 1700㎥ 이하인 물 부족 국가를 말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으로 손꼽히는 중동과 아프리카의 국가들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아시아의 싱가포르, 남아메리카의 칠레, 유럽의 그리스와 스페인도 포함돼 있다.

당장 2025년부터 인류의 22%가 1인당 재생 가능한 물 보유량이 연간 500㎥ 미만인 ‘절대적 물 기근’ 지역에서 살게 되리라는 전망도 있다.

문제는 쓸 수 있는 물의 양은 제한적이고 물은 대체품이 없다는 사실이다. 지구에 있는 물 가운데 97%를 차지하는 바닷물과 2% 정도의 극지의 얼음 등을 제외하면,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가 쓸 수 있는 수자원은 고작 1% 남짓이다.

바닷물을 식수로 활용하는 담수화 기술이 거론되지만 담수를 얻기 위한 전환 비용이 비싸다. 또 담수화 공정 자체도 에너지 집약적이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적인 영향이 더 크게 미칠 수 있다. 획기적인 과학기술의 발전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물 공급량을 크게 증가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의미다.

물이 부족해지는 현상은 인구 수 증가와 맞닿아 있다. 1940년만 해도 23억 명에 이르던 전 세계 인구는 50년 만에 53억 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2025년에는 인구가 83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인구의 증가로 세계의 물 소비량은 과거 40여 년 동안 3배 이상 늘어났다.

물이 귀해지면서 ‘물 발자국’(water footprint)이라는 개념이 주목을 받고 있다.

물 발자국은 제품의 원료를 만들 때부터 제조, 유통, 사용과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의 총량을 말한다.

예컨대 원두커피 7g과 물 125㎖로 만든 커피 한 잔의 물 발자국은 무려 140ℓ다. 전 세계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려면 매년 1200억㎥의 물이 필요한데 이는 나일강 연간 유량의 1.5배에 해당한다. 햄버거 1개의 물 발자국은 무려 2500ℓ에 달한다. 사과 1개의 물 발자국이 70ℓ, 계란 1개 200ℓ, 쌀 1㎏가 3400ℓ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물 수요의 변화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물 공급에는 많은 요인이 작용한다. 낭비, 과도한 개발, 기후변화, 오염, 하수의 회수, 댐 건설 등이 사용 가능한 물의 양 뿐만 아니라 질 역시 변화시킨다. 물의 미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물의 미래를 결정짓는 변수는 이미 알려져 있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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