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일본인 분실 사업서류 찾아…경찰관, 출국 2시간전 전달
뉴스종합| 2019-04-24 11:38
자양파출소 박현수 경사

일본인 관광객 오다(오른쪽) 씨가 자신의 가방을 찾아준 박현수 경사에게 허리를 굽혀 감사 인사를 표하고 있다. [광진경찰서 제공]

일선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이 사업 때문에 한국을 찾은 일본인 사업가의 중요한 업무 가방을 찾아줘 화제가 되고 있다. 각종 사업 견적서(미츠모리)와 노트북 컴퓨터가 담긴 가방을 분실해 자포자기한 채 출국을 앞두고 있던 일본인은 경찰관의 호의 덕분에 극적으로 가방을 찾아 귀국할 수 있었다.

사연의 주인공은 서울 광진경찰서 자양1파출소에 근무하는 박현수(47) 경사다. 지난 15일, 주간 근무자였던 박 경사는 전날 야간근무자가 접수한 습득물을 처리하다 일본인 물건으로 추정되는 붉은색 캐리어를 마주했다. 가방에는 갖가지 견적서 뭉치와 업무용 컴퓨터, 그리고 일본인 남성 오다 후미노리(46) 씨의 여권 복사본이 담겨 있었다.

일반적으로 지구대와 파출소에 분실물이 들어올 경우, 일선 경찰관들은 해당부서에 습득된 분실물을 넘기는 것으로 업무를 마친다. 하지만 박 경사는 직접 분실물의 주인을 찾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경찰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오다 씨의 이름으로 분실 신고가 들어온 게 없는지 검색했다. 다행히 이틀 전 오다 씨가 ‘택시에서 가방을 분실했다’고 접수한 기록이 남아 있었다.

박 경사는 오다 씨가 남긴 호텔 전화번호로 연락해 행방을 추적했다. 그리고 오전 10시 30분께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오다 씨와 연락이 닿았다. 오다 씨는 택시를 타고 행주대교를 넘어가는 중이었다. 박 경사가 ‘파출소로 올 수 있냐’고 물었지만, 오다 씨를 태운 택시기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양1파출소까지는 편도로 50분이 넘게 걸리는 거리. 게다가 출국 3시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파출소를 왕복할 경우 비행기 출발시각을 맞추기 어려웠다.

결국 박 경사는 오다 씨의 캐리어를 직접 갖다 주기로 했다. 차를 몰아 오전 11시께 강서구 모처에서 오다 씨를 만나 분실한 캐리어를 전달했다. 오다 씨는 “가방을 잃어버려 막막한 심경이었다. 너무 감사하다”며 박 경사에게 90도로 연신 허리를 굽혀 감사를 표했다.

박 경사는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일본어에 취미를 갖고 틈틈이 공부해 둔 게 좀 도움이 된 것같다”면서 “가방을 전달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치안업무를 위해 대신 고생해준 동료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김성우 기자/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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