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초코파이 박스 열어보니 필로폰이…경찰, 택배기사인 척 마약범 검거
뉴스종합| 2019-04-25 09:09
-초코파이 박스 안에서 50인분 필로폰 발견
-퀵서비스 배달원과 옷 바꿔 입고 출동 

[서울 노원경찰서 제공]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퀵서비스 기사인데 내용물이 좀 이상합니다’

지난 4월 22일 오후 11시30분께 서울 노원경찰서 마약팀에 신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퀵서비스 배달원이 배달하려는 물건이 의심스럽다는 것이 신고의 요지였다.

출동한 경찰이 쇼핑백을 살펴보니 실제 수상했다. 테이프로 살짝 밀봉한 가로 세로 약 30cm 쇼핑백 안에는 작은 초코파이 상자가 있었다. 흔들어보니 탁탁 소리가 났다. 결코 초코파이에서 날 소리가 아니었다. 경찰은 단순 간식 배달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상자를 열자 나온 건 초코파이 2개 그리고 필로폰 주사기 4개 그리고 필로폰 1.5g이었다. 필로폰 1.5g는 50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다.

경찰이 택배기사의 신고로 물건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자 퀵으로 물건을 받기로 했던 피의자 김씨의 닥달 전화가 택배기사에게 걸려왔다. 김씨는 “왜 빨리 안 오느냐”고 따졌다.

경찰은 퀵서비스 배달원인 척 가장해 용의자 김모(32) 씨를 잡기로 결정했다. 처음부터 경찰이 경찰복을 입고 출동하면 그가 도망갈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경찰관 1명이 퀵서비스 배달원과 옷을 바꿔 입고 퀵서비스 배달원의 차에 함께 올라탔다.

계속해서 김 씨는 항의전화를 걸었다. 경찰은 진짜 퀵서비스 배달원에게 “도로 상황이 안 좋다”는 등 이유를 대게 해 피의자를 검거하기 쉬운 노상으로 유인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같은 팀 경찰관 2명이 이 뒤를 밟았다.

결국 경찰은 경기도 포천시의 노상에서 김 씨를 붙잡았다. 드디어 물건을 받을 줄 알았던 김 씨는 갑작스러운 경찰의 등장에 김 씨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순순히 혐의를 인정했다. 김 씨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동종전과가 다수 있는 상습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경찰은 김 씨에게 마약을 보낸 상선을 쫓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쇼핑백을 일부러 대충 밀봉하고, 초코파이 박스를 이용한 것 모두 의심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며 “조만간 상선을 붙잡아 혐의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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