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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현 정권의 낙관적 현실인식…더 이상의 희망고문은 “NO”
뉴스종합| 2019-05-13 11:05
“경제성장률 1분기 마이너스 0.3퍼센트, 걱정되는 부분이다. 만회해 나가야 하는데 3월에는 저성장 원인이었던 수출ㆍ투자 부진이 서서히 좋아지는 추세다. 하반기에는 2% 중후반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지난 9일 취임 2주년 대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내린 한국 경제에 대한 시각은 ‘낙관적’이었다. 2017년 5월 취임 이래 1% 안팎, 심지어는 마이너스 성장률까지 나오는데 대통령은 재차 희망을 언급한다.

성장을 회복할 것이란 막연한 메시지 속에 생활고에 내몰리는 국민들의 애간장은 타들어만 간다. 재난 수준의 일자리 부진, 사상 최고 수준에 달한 소득 양극화는 희망으로 이겨낼 상황이 아닌 삶의 근간이 흔들리는 현실의 문제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현 정부 출범 2주년 경제 평가는 ‘자화자찬’이란 비판이 쇄도했엇다.

오늘의 현실은 암담하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매년 20만~30만명에 달했던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지난해 9만700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다. 임시ㆍ일용직 일자리는 줄어들고 최저임금 여파로 자영업이 위축되면서 취약계층은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일자리와 소득의 양극화 해소는 현 정부의 출범 철학이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다. 소득 하위 20% 가구에선 취업자 수가 평균 0.69명 늘어나는 사이, 상위 20%에선 평균 2명 넘게 취업했다. 또 작년 4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의 한 달 소득은 123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17.7%나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상위 20% 가구의 소득은 10.4% 늘었다. 


저소득층의 지갑을 두툼하게 해 양극화를 줄이고,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구호는 무색해졌다.

쪼그라든 잠재성장률을 높이고자 최근 부쩍 언급이 잦아진 혁신성장의 흐름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기업들은 신규 투자를 줄이고 기존 생산시설을 축소하고 있다. 지난해 실물경제를 주도하는 제조업 생산능력은 경제개발 이후 처음으로 -0.2% 역성장을 보였다.

정부가 친노동 정책노선을 고수하는 상황은 앞뒤가 다른 정부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대변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은 정부가 외치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의 구호를 요원케 한다. ‘노동존중 사회’만을 표방하고 있을 뿐, 노조에 전면 포위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동 개혁에는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오자 문 대통령도 최근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일말의 기대감을 낳게 한다. 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2018년 16.4%, 2년 후인 올해엔 10.9%를 인상하는 등 2년 동안 무려 27.3%의 최저임금을 올리던 기세와는 대조된다. 정부여당 내에서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또 문 대통령은 최근 삼성전자 국내 사업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는 등 혁신성장을 주도할 기업들과의 접점을 늘려 나가고 있다. 그동안 “낙수효과는 끝났다”며 경제성장의 혜택이 집중돼있다고 언급해 온 대기업 총수를 잇달아 만나면서 정책 변화도 시사하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기업인들은 이같은 메시지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지난 2년 간 현 정권이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았던 여러 차례의 학습 효과 때문일 것이다. 정의 실현의 적폐청산과 경제성장이라는 경계선에서 기업인들은 과연 현 정권의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 여전히 갈피를 못잡는 모습이다.

3년 차 반환점을 돌며 점차 신뢰를 잃어가는 정부. 위기의 시점에 막연한 낙관론이 아닌 이성에 근거한 정책의 대전환이 시급해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고문’은 더 이상 당하고 싶지 않다.

이세진 산업섹션 재계팀 기자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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