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2000V 벽을 넘다…ETRI, 고전압·고전력 견디는 ‘힘센 반도체’ 개발
뉴스종합| 2019-05-15 09:28
- 세계 최고 전압…차세대 전력반도체 활용 가능성
- 기존대비 동작저항 50% 낮추고, 항복전압 25% 높여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모스펫(MOSFET) [출처 ETRI]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국내 연구진이 신소재를 활용해 고전압·고전력에서도 잘 견디는 ‘힘센 반도체’를 개발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산화갈륨(Ga2O3)을 이용해 2300V급 전력 반도체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차세대 반도체가 전자제품, 전기자동차, 풍력발전, 기관차 등에서 전력을 바꾸는 모듈에 사용되면 제품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논문은 미국 전기화학회(ECS) 학술지의 편집자 선택(Editors’Choice) 논문으로 선정됐다.

산화갈륨은 실리콘(Si), 질화갈륨(GaN), 탄화규소(SiC)와 같은 반도체 물질이다. 기존 반도체 소재들보다 에너지 밴드 갭이 넓어 고온 고전압에서도 반도체 성질을 유지한다. 에너지 밴드갭 크기가 4eV 이상일 경우 매우 큰 반도체로 꼽히는데 산화갈륨이 대표적이다.

산화갈륨을 활용하면 용액에서 고품질 대면적 웨이퍼로 만들기도 쉽다. 저비용으로 대형 고전력 소자 제작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산화갈륨 처럼 밴드 갭이 넓은 물질은 전기 전도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공정이 완료된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온-웨이퍼 측정 모습 [출처 ETRI]

이에 연구진은 전류가 흐르는 길의 농도를 높게 하고 두께를 얇게 만들어 전류가 지나가는 최적의 채널을 제작했다. 아울러 반절연체 기판을 사용하고 공정 및 소자구조 설계기술을 채택했다. 그 결과 2000V의 벽을 넘는데 성공했다. 

차세대 반도체는 기존 최고 전압 수준 대비 최소 25% 높은 2320V급을 견뎌낼 수 있다. 기존 미국 버팔로대학 1850V급 전력소자 대비 동작되는 저항을 50%로 낮췄으며 트랜지스터 오프 상태에서 파괴되기 전 견딜 수 있는 전압의 최대 한계값인 항복전압도 25%를 높혔다.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소자의 크기는 0.2㎜ x 0.4㎜ 수준이다. 연구진은 “향후 칩을 대형화하기 전용 패키지를 만들어 더 작게 만들 계획”이라며 “칩 크기는 현재 상용제품 대비 30~50% 작게 만들 수 있어 동일한 웨이퍼 대비, 칩 생산을 2~3배 더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의 과제로 2017년부터 진행됐다. 연구진은 본 기술의 상용화를 5년 내로 보고 있다. 문재경 ETRI RF/전력부품연구그룹 박사는“세계 최초로 산화갈륨 전력반도체의 상용화를 목표로 고전압·대전류용 대면적 소자 기술개발 연구를 추가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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