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공허한 ‘소주성’…소매판매액 증가율 7분기만에 최악
뉴스종합| 2019-05-20 11:19
내구재도 6년만에 첫 마이너스
지방 12개 시·도 내수침체 현상



경기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가계가 소비를 급격히 줄이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식 선순환’을 꿈꿨던 정부 계획과 달리 일자리와 임금 감소가 다시 소비 감소를 가져오는 악순환이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소매판매액은 지난 2017년 하반기 이후 전년 동기 대비 3% 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유지했지만 올해 1분기 1.7%로 증가세가 크게 위축됐다. 7개 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가구, 전자제품,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가 크게 감소한 영향이었다. 1분기 내구재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 분기 기준 2013년 이후 6년 만에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의류ㆍ취미용품 등 준내구재와 화장품ㆍ음식료품 등 비내구재는 각각 3.4%, 2.2%씩 판매가 늘었지만 3%~4%대 증가률을 기록했던 지난해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경기가 부진하고 소득이 감소할 경우 필수소비 품목보다는 내구재나 문화서비스재에 대한 지출을 줄이는 경향이 나타난다.

지방 내수시장서도 위축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전국 16개 시ㆍ도 중 12곳에서 소매판매가 전년 동기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면세점 특수를 누린 제주(10.2%), 서울(2.9%), 인천(0.6%) 등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선 일제히 소비침체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 모든 지역에서 소매판매가 증가세를 보였지만 2분기 4곳, 3분기 5곳, 4분기 7곳으로 늘었다.

고용시장이 어려운 만큼 가계의 소득여건은 더 팍팍해졌다. 경제활동 허리층인 30대와 40대 취업자가 지난 2017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19개월 연속 감소 중인 반면 노인 단기 일자리만 늘고 있다. 가계부채가 1500조원을 넘어서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점도 소비 확대를 막는 요인이다. 여기에 휘발유, 소주, 돼지고기 가격 상승에다 버스비 인상까지 올라 소비 심리가 더 위축되고 있다. 수요부진에 따른 0%대 저물가와 체감물가 사이 괴리 현상이 심화되는 이유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비성향이 낮은 고령층 고용만 늘고 있어 소비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며 “필수품목이 아닌 사치 품목부터 소비가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소비자심리지수는 5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며 ‘낙관론’이 소폭 우세한 쪽으로 돌아섰다. 생활형편전망과 가계수입전망은 여전히 부진했지만 주택가격전망 등이 안정적인 상황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지출 전망과 상관없이 가계저축과 저축전망 지수, 주택가격전망 등에 의해 많이 움직인다”며 “정부지출은 양호하지만 민간소비는 여전히 좋지 않다”고 봤다.

정경수 기자/kwater@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