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법농단 촉발’ 이탄희 전 판사 “사법개혁, 이제 국회가 나서야”
뉴스종합| 2019-05-22 08:32
-“법관탄핵, 법원 내외부 가릴 문제 아냐…공은 국회로 가야”

이탄희 전 판사가 21일 ‘사법농단은 왜 우리를 화나게 하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민경기자/think@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사법개혁 첫번째는 연루 법관 탄핵입니다. 탄핵은 형사처벌도 아니며, 해당 법관들도 재판 당사자들에게 계속 불신과 비난받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판사 재직시절 ‘사법부 블랙리스트’ 존재를 세상에 알린 이탄희(41ㆍ연수원 34기) 변호사가 공개석상에 섰다.

이 변호사는 21일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사법농단은 왜 우리를 화나게 하나’를 주제로 연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법농단 사태를 경험한 대한민국 국민은 배우자의 외도를 목격한 것과 같다”며 “충분한 대화와 해결이 안된 상태에서 그냥 참고 살고 있는 것과 비슷해 이 문제는 관여 판사들이 계속 직을 유지하는 한 계속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 내부에선 판사 탄핵을 할 수 없고, 내외부를 따지지 말고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대로 국회가 할 일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사법농단은 법치주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허위 자백하고 법정에 와서 사실이 아니라고 고백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들은 나에게는 법대로 재판하는 1%의 양심적인 판사가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사법부에 희망을 가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법원의 폐쇄성을 극복하는 것이 사법개혁의 핵심이라고 봤다. 법원행정처 판사들이 위법하고 부당한 지시를 반발없이 수행했고, 여타 판사들은 그를 몰랐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그렇게 하면서 ‘아무도 안들켰다’는 점이 주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대법원이 연루 법관 10명을 징계 청구한다고 밝히면서 그 명단과 청구 내용, 징계시효 관련된 부분은 비밀로 붙인 것에 대해서도 “결국 문제를 축소하는 게 아니라 더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또 재판절차의 투명화에 대해서도 의견을 냈다. 재판과정을 녹음과 녹화를 해 자료로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꺼내보자는 말이다.

법원행정처 역시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지금 대법원장의 비서역할 하는 판사도 있다. 그 판사가 5,6년 지나서 판결할 때 충분히 비슷한 상황 반복될 것이라고 본다. 사법행정은 판사가 아닌 행정전문가들이 하면 된다”고 밝혔다.

2017년 양승태 대법원은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 행사를 축소하려고 시도했다. 당시 행사에서는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을 비판하는 내용을 주제로 판사들이 발표할 예정이었다. 법원행정처 판사였던 이 변호사는 대법원의 지시를 거부했고, 이 과정에서 특정 성향의 판사를 별도 관리했다는 ‘블랙리스트’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법원의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양승태 대법원이 박근혜 정부와 ‘재판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까지 이뤄졌다. 올해 초 사직한 이 변호사는 이달부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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