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여성의 몸은 전쟁터다③] 아름다움과의 ‘전쟁’…“NO 뽀샵, NO 다이어트”를 외치다
뉴스종합| 2019-05-24 11:22
천편일률적 아름다운 기준에 대한 반발
美, 유명인의 보정ㆍ성형 전 모습 폭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등장
밀레니얼 세대 ‘다양성 중시’…30년 란제리 시장 군림한 빅시마저도 추락


지난 2017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패션위크 플러스 사이즈’에서 모델들이 런웨이를 걷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나는 내 몸의 형태나 몸무게에 의해 내 자신을 정의하지 않는다.”

2014 미스 유니버스이자 콜롬비아 출신의 모델 파울리나 베가는 이달 초 자신의 블로그에 과거 단 1kg의 체중 증가로 인해 모델 에이전시에서 ‘플러스 사이즈’로 분류됐던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플러스 사이즈라는 용어는 이상하며, 대체 누가 어떤 기준으로 이 것을 만들었냐에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여성이 사회로부터 암묵적으로 강요받고 있는 ‘육체적 아름다움’에 대해 의문이 들었고, 외적 아름다움이 진정한 미(美)의 본질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베가는 “다른 체형과 색깔, 더 많은 민족이 존재한다”면서 “나는 사람들이 더욱 아름다운 몸을 계속해서 이상화하는 브랜드와 미디어, 산업에 대해 계속 의문을 품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미국 작가 이브 페이서는 미국의 대표적인 인플루언서인 킴 카다시안(사진)을 따라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등에 사진을 올릴 때 극단적인 보정을 하는 ‘인스타그램 성형’이 흔한 관습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킴 카다시안 인스타그램 갈무리]

여성의 몸을 둘러싼 전쟁은 ‘자궁’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몸의 규격, 미의 기준을 놓고도 벌어지고 있다. 날씬한 몸매 혹은 굴곡지고 ‘섹시한’ 체형, 큰 눈과 도톰한 입술 등 미디어와 패션 산업 등이 만들어낸 천편일률적 아름다움 대신 개인의 다양성과 개성을 중시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오늘날 새로운 페미니즘 운동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최근 왜곡된 미적 기준을 확산시키고 있는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이에 대한 반발로 ‘가짜 아름다움’을 폭로하는 또 다른 계정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가령 100만명에 가까운 팔로워를 가진 인스타그램 셀럽페이스(@Celebface) 계정은 ‘현실에 온 것을 환영한다(Welcome to reality)’란 문구와 함께 극단적인 보정을 벗겨낸 유명인들의 ‘민낯’을 전후 사진 비교를 통해 폭로한다.

미국의 작가 이브 페이서는 지난 4월 뉴욕타임스(NYT) 칼럼을 통해 “오늘날 인스타그램 스타들의 사진은 날렵한 턱선과 윤곽있는 코, 잘록한 허리와 큰 골반 등 놀랍도록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면서, 소셜미디어에서 횡행하고 있는 ‘보정 붐(boom)’을 ‘인스타그램 성형(Instagram face-lift)’라고 표현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는 여성들로 하여금수 천 달러의 성형 수술 대신 보정만으로도 아름다워 질 수 있다고 유혹하고 있다”고 꼬집으면서도 “반대로 인간 바비 인형처럼 보이고자 하는 이들을 비난할 수도 없다. 그는 단지 사회가 원하는 것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전통적으로 여성의 미적 기준을 제시해 온 패션계 역시 반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천편일률적 미의 기준을 제시하는 패션 브랜드의 메시지가 경제주체로 부상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소구하지 못하면서다.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은 지난 30년 간 ‘마른 몸=아름답다’는 공식을 강요해왔다는 비판 하에 다양성을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로이터]

대표적인 사례가 날개를 단 모델들이 란제리 차림으로 등장하는 패션쇼로 유명한 빅토리아 시크릿의 ‘추락’이다. 최근 12개월 매출 하락세를 겪은 빅토리아 시크릿은 지난 22일에도 1분기 매출이 5%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20년간 방송돼온 패션쇼는 지난 12월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다양성 부족’이다. 키크고 마른 모델들만이 등장하는 런웨이가 다양한 신체 사이즈와 인종, 그리고 트렌스젠더 등 변화하는 사회 분위기마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가을 호주 출신 모델인 로빈 라울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빅토리아 시크릿은 여성들에게 오직 한 종류의 몸만이 아름답다고 말하면서 30년 동안 군림해왔다”고 꼬집기도 했다. CNBC는 “다양성에 대한 요구를 반영한 서드러브, 리블리 같은 온라인 소매 업체들이 빅토리아 시크릿의 시장을 빼앗고 있다”고 보도했다.

balm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