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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흡연 갈등 늘어만 가는데…“흡연부스는 대체 어디 있나요”
뉴스종합| 2019-05-24 11:37
흡연자 87% “공공 흡연공간 부족”
찾아도 공간협소·공기정화 미흡


지난 23일 서울 명동 인근 흡연부스.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흡연부스 내부가 아닌 흡연부스 주변에서 흡연을 하고 있다. 최원혁 기자/choigo@heraldcorp.com

#. 서울 명동서 근무하는 40대 직장인 강모 씨는 회사 인근에 자리한 흡연부스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흡연을 하고 있다. 그는 “부스 안에서 흡연하는게 맞지만 부스 내부는 흡연자들이 많아 좁고 환기 시설도 제기능을 못해 그냥 부스 밖에서 눈치보며 흡연 한다”고 말했다.

#. 출산을 앞둔 30대 예비엄마 한모 씨는 출ㆍ퇴근길 때마다 지하철역 입구 옆에 위치한 흡연부스를 지난다. 그는 “지하철역 입구 10m내에서는 금연이라고 알고 있는데 여긴 지하철역 입구를 나오면 바로 개방형 흡연부스라 지날때마다 담배냄새가 풍겨 괴롭다”고 했다.

공공장소에서의 간접흡연 등을 둘러싼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제대로 된 길거리 흡연부스 조성이 필요하다는 데는 같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 설치된 흡연부스를 찾아가봤다. 부스 안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뤄 흡연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 안되자 부스 밖에서 흡연하는 이들도 생겼다. 밖에서 흡연하는 이들이 있자 또 다른 흡연자들도 부스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이들은 흡연부스가 제대로 환기가 되지 않아서 밖에서 피운다는 반응이다.

왜 흡연자들이 규정된 흡연공간이 아닌 길거리 등 개방된 공공장소에서 흡연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조사결과에서 나왔다.

서울연구원이 서울시 내 흡연부스와 관련해 시민 198명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7.5%는 흡연공간을 찾기 어렵다고 느꼈으며 일부(12.5%)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흡연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현재 서울시에 설치된 흡연부스를 시민들이 얼마나 알고 있으며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흡연부스를 목격했거나 사용한 경험이 있는지 등을 조사한 결과 흡연부스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는 응답자가 48.9%였다. 이는 서울시민이 흡연부스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또 과반에 해당하는 58.0%의 응답자가 흡연부스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긍정적인 이유로는 흡연부스가 외부에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점, 흡연부스가 비흡연자의 간접흡연을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점 등을 꼽았다.

반면 흡연부스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은 흡연부스가 ‘외부와 제대로 차단되어 있지 않아서’를 이유로 꼽았다.

결국 흡연부스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의 대부분은 현재 흡연부스의 위치와 형태가 외부의 통행자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흡연자는 “시내에서 흡연공간을 찾기 어려워 대부분 길거리 등의 개방된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며 “현재 설치된 흡연부스도 위생관리도 그렇고 공기 정화가 되지 않아 밖에서 흡연하게 된다”고 말했다.

흡연자들은 흡연부스 수의 부족과 공간의 협소함, 미흡한 공기정화 능력, 비위생적인 관리 등으로 인해 오히려 흡연부스 이용이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기준 서울시 내 금연구역 1만8485곳에 비해 거리에 있는 흡연부스는 개방형 28곳, 폐쇄형 4곳, 완전폐소형 11곳 등 총 43곳에 불과하다.

40대 최모 씨는 “시내에 설치된 흡연부스를 흡연자들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솔직히 흡연자들이 세금에 기여하고 있는 건 사실인데 이들을 위한 시설은 태부족”이라고 말했다.

일각선 흡연부스를 이용을 늘릴 수 있도록 시설을 홍보하고 흡연부스 외부의 공공장소나 금연구역에서의 흡연은 더욱 강력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원혁 기자/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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