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남궁민, "불의 못 참는 '다크히어로' 짜릿했죠"
엔터테인먼트| 2019-05-24 15:00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남궁민은 이번에도 통했다. ‘냄새를 보는 소녀’ ‘리멤버: 아들의 전쟁’ ‘미녀 공심이’ ‘김과장’에 이어 ‘닥터 프리즈너’에서도 그의 연기는 제대로 먹혔다.

광기 어린 악인과 권력과 금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갑질’을 응징하는 ‘을’을 대변하는 히어로, 이렇게 악인과 선인 양 극단의 캐릭터를 맡아도 시청자를 완전히 몰입하게 하고 이해시키는 그의 연기는 놀라울 정도다.

남궁민은 ‘닥터 프리즈너’는 캐릭터 때문에 출연한 건 아니라고 했다. “1회부터 4회까지 대본이 나와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고, 도입부가 짜임새 있게 진행되는 것에 마음이 동했다. 이번에는 나 혼자 출연을 결정했다.”

‘닥터 프리즈너’는 미니시리즈가 침체에 빠진 KBS에서 재기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구세주 역할을 한 드라마다. 지난 15일 최종회 시청률이 무려 15.8%를 기록했다.

‘집토끼’들마저 떠나가고 있어 시청률 가뭄에 허덕이고 있는 지상파에서 결코 편하게 볼 수 없는 장르물인 미니시리즈로 이 정도 시청률을 올린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KBS 황용호 편성본부장은 얼마전 가진 ‘양승동 사장 기자간담회’에서 “닥터 프리즈너 등을 KBS 드라마의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로 생각하고, 이런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남궁민이 맡았던 나이제는 히어로이지만, 때로는 악을 사용할 줄 아는 캐릭터다. 그럴 수밖에 없다. 크게 세 명의 상이한 악인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첫번째 악인인 이재환(박은석)은 재벌 2세로 갑질에 길들여진 캐릭터이고, 선민식(김병철)은 교도소 의료과장으로 개인적 이득을 위해 비리를 저지른다. 마지막으로 가장 센 악역인 이재준(최원영)은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태광그룹 회장인 아버지까지 죽이는 잔인한 행위를 서슴치 않는다.

남궁민은 ‘최종의 악’ 이재준을 처단하기 위해, 선민식 과장과도 손을 잡는다. 엔딩장면에서는 감옥에 갇힌 이재준이 자해를 했다고 하자, 나이제(남궁민)는 “그냥 놔두세요”라고 말한다. 남궁민은 이처럼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에 있는 나이제를 잘 연기했다. 발성, 목소리 고저, 표정, 힘의 배분 등을 디테일하게 조절하며 시청자를 몰입하게 했다.

“자기 손에 피를 안 묻히고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있을까? 시청자들이 악인을 쉽게 용서해주는 주인공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주인공에 감정이입하기는 어렵다.”

나이제가 왜 감옥에서 자해한 최원영을 그냥 놔두라고 한 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설명이다. ‘닥터 프리즈너’는 이 세명의 악인들이 있었기에 더욱 빛날 수 있었다. 

신경성퇴행성 질환인 헌팅턴 병을 가진 최원영은 마지막까지 디테일한 연기를 보여주며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남궁민도 “초반에는 김병철 형과 호흡이 잘 맞았고, 후반에는 최원영 형이 잘 이끌어줘 드라마가 빛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다크 히어로’ 남궁민의 안정된 연기와 최원영, 김병철 등 서늘한 공포감을 주는 악역들에 흠뻑 빠질 수 있게 됐다.


드라마는 겉으로는 나이제의 복수극이다. 농성 하는 재벌 회사 조합원의 교통사고를 의사인 나이제가 치료해주다 그 재벌에 의해 어머니를 잃고 복수를 위해 교도소 의료과장으로 들어간다. 여기에 장애인 부부 죽음, 태광그룹 회장 주식을 관리하던 한빛(려운) 납치 등등의 사건이 합쳐져 사회적인 의미로 확장됐다.

뿐만 아니라 의사와 병원, 죄수와 감옥이라는 익숙한 이야기 소재들을 함께 붙여놓으니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의사인 나이제는 병을 고치는 의사가 아니라, 형집행정지를 위해 죄수에게 병을 만들어낸다. 형집행정지를 합법 적으로 따내기 위해 거의 살인 수준의 행위를 하는 것도 긴장감 있게 볼 수 있었다.

남궁민은 ‘다크 히어로’라는 수식어를 특히 고마워했다. “불의를 보고도 참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저는 공인이라 더욱 그렇다. 나이제는 흔들리지 않고 악을 처단하는데, 시청자들이 이런 부분들을 보시면서 짜릿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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