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의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주성분 변경 파동과 관련해 식약처가 이 약품의 허가취소는 물론 이 회사에 대한 형사고발까지 한 것은 매우 강한 처분으로 평가된다.
코오롱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에다 거액의 환자 피해배상 소송, 주식거래 피해배상 소송에 휘말리게 돼 그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이게 됐다.
그간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 현장조사, 미국 현지실사 등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현장 정밀 검증을 실시했다.
식약처가 예상보다 수위가 높은 엄단 방침을 밝힌 것은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28일 식약처 발표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은 허가 당시 허위자료를 제출했고, 허가 전에 추가로 확인된 주요 사실을 숨기고 제출하지 않았으며,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이유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먼저 인보사케이주 2액의 최초세포(Master Cell Bank), 제조용세포(Working Cell Bank) 등에 대해 유전학적 계통검사(STR)를 실시한 결과, 2액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허가 서류의 허위작성 제출은 죄질이 나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것으로 식약처는 간주했다. 성분이 바뀐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의심까지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 국내 연구소 현장조사 결과,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 중 ‘2액이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는 자료’를 허위로 작성해 제출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2액이 1액과 같은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려면 ‘1액(연골세포)’과 ‘2액’의 단백질 발현양상을 비교·분석해야 하는데, ‘1액과 2액의 혼합액’과 ‘2액’을 비교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교대상을 비과학적으로 한 것인데, 단순한 실수라고 보기에는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다.
나아가 코오롱티슈진(인보사케이주 개발사) 현지실사 결과, 코오롱생명과학은 허가 전에 2액 세포에 삽입된 TGF-β1 유전자(연골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2액 세포에 도입한 유전자)의 개수와 위치가 변동된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기고 관련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성분이 바뀐 것을 알면서도 정부와 국민을 속였다고 식약처는 판단한 것이다.
더욱이 코오롱측은 이미 2017년에 2액이 신장세포임을 확인했다고 공시하기까지 했다. 공시까지 해놓고도 버젓이 허위자료를 제출한 것은 정부와 국민을 우롱한 처사로 여겨질 수 있다.
코오롱티슈진의 미국 임상용 제품의 위탁생산업체 검사(2017.3.13)를 통해 2액이 신장세포임을 확인했고,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런 검사결과를 넉달 뒤 코오롱티슈진으로부터 e-메일로 받았다는 것이다. 코오롱측은 결국 허가 당시 2액을 연골세포로 (잘못) 판단했던 이유 조차 설명하지 못했던 것이다.
식약처는 ‘중대한 하자’라는 표현으로 죄질이 나쁨을 적시했고, 형사고발이라는 수위 높은 처분을 결정한 것이다.
재발방지 및 제도개선 대책과 관련, 식약처는 의약품 허가를 원하는 회사가 제출한 자료의 신뢰성 확보를 위하여 연구개발 단계부터 허가, 생산 및 사용에 이르는 전주기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유전자치료제등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허가, 심사 역량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또 전주기 안전관리 체계 구축, 세포의 기원, 개발경위 및 연구용세포은행 등 관리 강화를 위해 ‘인체세포 등 관리업’을 신설해 세포의 채취부터 처리 보관, 공급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안전 및 품질관리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험자료에 재검증이 필요한 경우 최신의 시험법으로 다시 시험해 제출토록 하고, 중요한 검증요소의 경우 식약처가 직접 시험하여 확인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세포의 혼입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연구개발과 제조 등에 사용된 세포에 대한 유전학적 계통검사 결과를 제출하도록 할 예정이다. 생산단계에서도 유전학적 계통검사 실시 및 결과 보관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식약처는 이번 인보사케이주 허가 취소 사건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다 안전하고 우수한 의약품이 개발·공급될 수 있도록 환자 중심의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