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의 법인분할에 반대하며 지난 27일부터 주주총회 장소인 한마음회관을 점거해 농성하고 있다. 노조원의 등에 ‘법인분할 박살’이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31일 물적분할 승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앞둔 현대중공업이 노조의 반발로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에서의 큰 암초에 직면했다.
고용보장 우려로 인한 노조의 극렬한 반대는 물적분할이 승인되더라도 이후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한국 조선업의 체질 개선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30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물적분할 이후 신설법인인 현대중공업이 모든 부채를 떠안고 향후 구조조정의 과정을 밟지 않겠느냐는 점이다.
현대중공업의 분할계획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현대중공업의 부채 7조2215억원 중 7조576억원이 신설 현대중공업에 승계된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3조1000억원 규모의 선수금과 충당금은 장부상의 부채일 뿐 사실상 빚으로 볼 수 없다” 며 “나머지 부채도 현대중공업과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함께 책임지고 상환하게 된다. 노조가 7조원 모두 빚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다른 부분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가 향후 경기가 안 좋아지면 결국 조합원들에게도 피해가 올 것이라고 가정하고 그 가능성만 보고 행동에 나선 것인데, 유동적인 업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어느 회사도 무한정 고용보장을 하고 있진 않다”고 덧붙였다.
물적분할에 따른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근로조건 문제도 쟁점이다. 노조는 분할계획서에 신설법인인 현대중공업이 기존 노사 간 단체협약을 승계한다는 내용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임금 삭감과 복리후생 축소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 21일 한영석ㆍ가삼현 대표이사 명의의 담화문을 내고 “물적 분할 후에도 근로조건부터 복리후생까지 모든 제도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며 단체협약 승계를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그러나 노사 간의 공감대 형성에는 실패했다.
물적분할이 내일 임시 주총에서 승인되더라도 기업결합 심사라는 최대 변수가 남아 있다. 한국조선해양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EU, 미국 등 해외 공정거래 당국에 합병 승인을 신청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장기화하면 향후 심사 과정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선업계는 당장 파업으로 인한 공정 연기가 걱정되는 상황이고, 더 나아가 현대중공업의 인수 건이 좌절될 경우 한국 조선업의 체질 개선은 다시 요원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일부 공정의 지연이 불가피해 보이고, 직원들의 작업 집중도도 떨어져 품질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우리 조선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구적이고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제명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우리 조선업계는 빅3 업체 간 과당 경쟁으로 위기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며 “한국을 맹추격하는 중국이나 이미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화를 이룬 일본과 경쟁하기 위해선 ‘빅2’ 체제 구축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은 올들어 지난 4월까지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 769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중 344만CGT(점유율 45%)를 수주했다. 한국은 202만CGT(26%)로 2위로 밀렸다.
th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