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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당구 PBA 개막전, 왼손으로 재기한 필리포스가 우승
엔터테인먼트| 2019-06-08 07:40
그리스의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가 PBA투어 우승컵을 든 채 환하게 웃고 있다. [PBA 제공]

-128강 뚫고 초대 챔피언 등극, 1억 원 상금
-“왼손으로 딴 첫 우승컵” 감회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3쿠션 월드스타 중 한 명인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35ㆍ그리스)가 프로당구 PBA의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7일 밤 고양시 엠블호텔에서 펼쳐진 PBA 투어 개막전 ‘파나소닉 오픈’ 결승전에서 필리포스는 한국의 강민구(36)를 세트스코어 4-3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신경계 부상 탓에 2017년부터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큐를 쥐고 재기한 끝에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썼다.

결승전은 7전4선승 세트로 진행됐다. 1세트에서 하이런 8점을 기록하며 1승을 선취한 필리포스는 2,4세트를 내줘 세트스코어 2-2로 강민구와 호각의 경기를 이어갔다. 5세트에서 강민구의 9점 하이런(에버리지 2.50)이 나오면서 역전 당했지만 6세트를 15-8로 따내며 승부를 최종 7세트로 끌고 갔다.

11점제로 치러지는 마지막 세트. 강민구가 2이닝 5점을 기록하며 승기를 잡는듯 했으나 침착함을 유지한 필리포스는 8-9로 뒤진 6이닝에서 연속 3득점을 성공하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지난 3일부터 시작된 128강 토너먼트를 뚫고 우승컵을 든 필리포스는 1억 원의 상금을 획득했다.

마지막 세트에서 각이 안 나오는 어려운 뒤돌려치기를 그리크맛세(큐를 비스듬히 세워 찍는 그리스식 맛세)로 성공한 게 백미였다. 당구 경기에선 큰 상금인 1억 원이 걸려 있는 결승전의 마지막 세트에서 일반적인 샷보다 불안정할 수 밖에 없는 맛세 샷을 시도하며 강심장을 과시했다.

188cm 장신의 젊은 미남 선수인 필리포스는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 후 청천벽력같이 엄습한 신경계 손상으로 인해 오른손을 사용하지 못하게 돼 선수 생명에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2년 전 왼손으로 큐를 쥐고 왼손으로 브릿지를 하는 방식으로 손을 바꿔 훈련하며 칼을 갈아왔다.

2018 서울 당구월드컵에서 준우승하며 재기에 성공한 필피로스는 이번 PBA 개막전에서는 우승을 차지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열게 됐다.

필리포스는 경기 종료 후 승자 인터뷰에서 “프로당구 사상 첫 우승이라 기분이 매우 좋다. 특히 첫 대회를 우승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내가 왼손으로 딴 첫 트로피이기 때문에 더욱 감회가 깊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왼손으로 큐를 쥐고 재기할 수 있었던 데 대해서는 “비법은 없고, 오른손으로 경기하던 때 보다 두배로 연습량을 늘린 게 주효했다”고 답했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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