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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밖에 모르던 사람…내 아들을 친아들처럼 대했는데”
뉴스종합| 2019-06-11 11:27
‘고유정 사건’ 피해자 지인 인터뷰
2년 만에 아들 만나기 직전 통화
“내 아들 데리고 놀이공원 가기도”
“아들과 함께 살겠다며 일용직도…”


고유정 사건 피해자의 지인 A씨가 생전 피해자와 나눈 카톡 대화 내용. A 씨의 아들과 군함제에 갈 생각에 들떠 있는 피해자의 심정이 그대로 묻어난다. [A씨 제공]

“못보고 있는 아들이 그리워 남의 아들에게 부정(父情)을 쏟던 친구였다. 그런 사람이 아들을 만나러 간 날 무참히 살해당했다.”

전처 고유정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한 강씨의 지인 A(37)씨는 강씨에 대해 “아들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본지에 전했다. A씨는 강씨가 숨진 지난달 25일, 전처를 만나기 전인 오후 3시20분께 강씨와 통화를 나눈 사이다. 강씨는 A씨를 평소 ‘형’이라 부르며 따랐다. A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옆집에 살던 형으로, 최근 3년동안 강씨와 가장 가까이 지낸 사람 중 한 명이다.

A씨는 10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강씨와) 25일 오후 3시쯤 통화를 했다. 길게 통화는 못하고 3시 20분쯤에 강씨로부터 전화가 왔었다”며 “아들을 곧 만난다고 하길래 내가 ‘아들 먼저 만나라, 통화는 나중에 하자’고 끊었다. 그리곤 그 통화가 마지막이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지난 2017년 고유정과 이혼한 뒤 아들(6)의 양육권을 뺐겼다. 이혼 이후 고유정은 아들을 강씨에게 보여주지 않았고, 강씨는 ‘아들을 보게 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고 법원은 강씨의 요구를 받아들여 면접교섭권을 친부인 강씨에게 줬다.

강씨는 A씨에게 6~7세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환히 웃을 수 있는지에 대해 계속해서 물었다고 한다. 몇 년 만에 만나는 아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A씨는 “강씨는 자신의 아들을 만나러 가기 전 6세 또래 아이들이 어떤 장난감을 좋아하는지 물어왔고, 내 아들이 좋아했던 것을 떠올리며 ‘킥보드’ 같은 것을 추천했다”고 했다.

A 씨는 피해자가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자신의 아들을 만나는 것으로 대신한 것 같다고 전했다. A씨는 “강씨가 자신의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비슷한 나이의 제 아들한테 쏟은 것 같다”며 “주말이면 제 아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같이 놀이공원이며 축구경기며 보러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특히 “축구 경기를 볼 때에도 내가 축구경기에 집중하고 있으면, 강씨가 제 아들을 데리고 나가 먹을 것을 사다 먹이고 그랬었다”고 회상했다.

A 씨가 기자에게 보여준 피해자 강씨와의 카톡 대화 내용을 보면, 강씨는 A씨의 아들을 만나기 전 매우 들뜬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강씨는 지난 2018년 8월 강정 국제 관함식 축제를 앞두고는 A 씨에게 관함식 일정표를 보내며 “형 가켄하믄( ‘ 간다고 하면’의 제주방언) 내가 차를 가정 가쿠다(가져 가겠다)”고 말한다. 카톡내용에는 또 “형이랑 OO(A 씨 아들) 원하는 시간으로”라고 말하는 내용도 담겼다.

강씨는 특별한 수입이 없는 박사과정을 밟으면서도 양육비로 매달 40만원을 고유정에게 보냈었다. A씨는 강씨에 대해 “박사과정이 1~2년 남은 상태였다. 아들과 함께 살겠다며, 마라톤 행사 아르바이트 같은 일용직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아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던 피해자 강씨는 결국 아들이 잠자던 옆에서 전처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했다. 강씨가 외부에 전한 마지막 말은, 25일 오후 8시께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해 “아들이 잠들었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강씨가 오후 8시~ 오후 9시께 숨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피해자의 동생이 경찰서에서 강씨가 어떻게 살해됐는지를 듣고 정신을 잃고 병원으로 실려갔다. 반드시 고유정은 엄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박병국 기자/c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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