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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 스마트폰 게임했을 뿐인데 ‘게임사용 장애’라니”
뉴스종합| 2019-06-11 11:27
기자가 ‘게임중독’ 테스트해보니
하루 2시간미만도 ‘사용관련장애’
게임중독 질병코드 반대 2R 돌입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 논란이 진단척도의 신빙성을 둘러싼 공방전으로 확산됐다. 게임 업계가 게임중독을 진단하는 IGUESS(인터넷 게임중독 선별 도구) 척도의 허술함을 지적하고 나선 가운데, 게임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지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용관련장애’ 가능성을 진단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IGUESS는 출퇴근길에 스마트폰 게임 정도만 하는 기자가 직접 테스트 해봤을 때도 ‘사용 관련 장애’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치를 내놨다. 말하자면 IGUESS 테스트는 게임을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즐기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마저 ‘중독 진단’을 받게 하는 테스트라는 설명이다.

‘사용 관련 장애’ 진단 결과가 나온 이유는 9개 중 5개 문항에 ‘자주’ 또는 ‘항상’이라고 응답했기 때문이었다. 해당 문항은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거나 회피하기위해 인터넷게임을 한다’, ‘이전에 했던 인터넷 게임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인터넷게임으로 인해 예전의 다른 취미 생활이나 오락 활동에 대한 흥미가 줄었다’, ‘가족 등 타인에게 인터넷 게임을 하는 데 사용한 시간을 속인 적 있다’, ‘인터넷 게임에 쓰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는 등이었다. IGUESS를 두고 20문항으로 구성된 IAT(인터넷 중독 테스트) 진단기준을 변형한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같은 상황에서 세계보건기구의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을 반대하는 움직임은 최근 2라운드에 돌입했다. 게임업계 종사자와 국내 게임학회·협회·기관 등 88개 단체로 이뤄진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가 반격에 나서면서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인디게임협회, 넥슨 노동조합,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스마트폰게임개발자그룹 등 5개 게임업계 종사자 단체는 10일 WHO에 성명을 제시하며 “게임 중독 논문들이 사용하는 중독 진단 척도는 20년 전 개발된 것”이라며 “사회과학 연구가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게임 개발자 및 종사자로서 게임 질병코드의 섣부른 국내 도입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기존의 게임중독 연구 상당수는 신빙성이 부족한 진단척도 기준을 사용했다. 2013년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개발된 게임 중독 진단 척도 기준인 IGUESS가 대표적 사례다. 게임업계는 중독포럼이 공개하고 있는 IGUESS 진단기준은 문항 수가 9개에 불과하고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잠재적 위험군으로 나와기 쉬운 구조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종사자 단체는 “1998년에 개발된 인터넷중독 진단척도 문항을 그대로 번안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진단 척도와 기준 자체에 오류가 있다면 이를 활용한 각종 연구들이 백지화 될 우려도 있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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