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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결승 상대 우크라이나는 한국 분단의 진원지
엔터테인먼트| 2019-06-12 14:07
1945년초 英美, 소련에 ‘전범국 격퇴’ 협력 요청
우크라이나 얄타 회담, 소련에 북한 지배권 넘겨
‘우리 평화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교훈 서린 곳
U-20 한국 결승행 정해준 루블린에선 ‘극일’ 도약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27위인 우크라이나는 우리 보다 열 칸이나 높은데, 사실 우리는 그 나라에 대해 잘 모른다.

1990년대 이전까지 A대표팀은 두 번 이겨봤지만 2000년 이후 맞대결이 없었고, U-20팀은 최근 평가전에서 한 번 진 적이 있다.

한국의 U-20 월드컵 축구대회 결승 상대인 우크라이나는 소련이 해체될 때 독립한 나라라는 정도로 알고 있는데, 사실 그곳엔 9000만 한민족이 결코 잊을 수 없는 국토 분단의 흔적이 있다.

얄타는 크림반도의 남쪽 해변도시. 바다는 터키-불가리아-루마니아-우크라이나-러시아-조지아가 포위하고 있는 흑해이다.

크림은 뛰어난 자연풍광 속에 문화와 예술이 넘치는 곳이다. 바람난 안나의 위선적 생활을 밀도있게 그린 안톤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의 배경지이다. 톨스토이, 체호프, 막심고리키가 이곳에서 어울리며 문학적 상상력을 키웠다. 세계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은 ’전함 포템킨‘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얄타가 있는 크림반도엔 독일 부자가 애인을 위해 절벽위에 세운 제비성<사진>, 러시아 마지막 황제의 별장이던 리바디아 궁전, 2500년전 건설된 고대도시 흔적 케르소네소스 등도 있다.

그러나 동ㆍ서양의 육ㆍ해상 요충지였기에 역대 유라시아 패권자(로마, 투르크, 몽골)이 차지하려고 기를 쓰는 바람에 아픔의 흔적도 많다. 몇 년 전 러시아가 이곳을 침공했다.

한반도의 분단은 패전한 일본이 연합군의 친일 지도자에게 부탁해서 된 것이라는 설도 유력하게 떠도는데, 공식적으로는 1945년 2월11일 얄타회담의 결과이다.

그해 초 연합군은 전범국 독일과 일본을 패망시키기 위한 막바지 전략에 골몰하고 있었다. 당시 소련의 스탈린은 우크라이나, 폴란드, 발틱3국 등 동부 유럽을 차지한 뒤 얄타에서 휴양을 즐기고 있었다.

영국 처칠과 미국 루즈벨트가 만나자고 했더니, 스탈린이 “아쉬운 쪽이 얄타로 오라”고 했다. 미국, 영국 정상이 소련 통치자가 놀고 있던 곳에 찾아가 성사된 것이 얄타회담이다.

이때 서명날인된 내용은 유라시아 지역 전범국 점령지에 대한 소련의 지분을 인정하는 내용의 ’땅 나눠먹기‘였다. 이는 한반도 북쪽을 소련의 지배권에, 남쪽을 미국 지배권에 두는 것으로 귀결됐다.

결과적으론 원폭 몇 방으로 일본을 굴복시키고, 유럽 연합군 스스로 독일을 격퇴했는데, 영국과 미국이 큰 도움도 안된 소련(현재 러시아로 분리)에게 구애하는 바람에 한반도 분단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얄타는 ’남북한 한민족의 평화는 우리 9000만 한민족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70여년전, 굳이 얄타로 찾아간 영국과 미국은 독일을 집중 견제했을 뿐, 일본과는 ’영일동맹‘, ’카스라-테프트(일본-미국 간) 밀약‘ 등 인연으로 우호적 관계였다. 남에 의해 운명이 정해진 과정이 안타까울 뿐이다.

한편 한국의 FIFA U-20월드컵 결승전 진출길을 연 폴란드 루블린은 한국축구 새 역사를 쓰는 시발점, ’극일(克日)‘ 승전의 추억이 서린 곳이다.

FIFA는 12일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이 에콰도르를 꺾고 사상 첫 결승진출에 성공했다”며 “(한국이 에콰도르를 꺾은) 폴란드 동부지역 루블린은 한국이 16강전서 일본을 이긴 장소인 만큼 특별한 장소로 기억될 것”라고 했다. FIFA도 독특한 한일관계를 잘 아는 듯 하다.

우크라이나도 중세 이후 근현대사까지 참 고생 많았던 나라이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아무 감정이 없다. 그래도 16일 오전1시, U-20 월드컵 축구 결승에서 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를 꺾고 우승한다면 속이 참 시원할 것 같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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