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靑, 연락도 안해” VS “靑은 빠지라면서”…靑-野 ‘감정싸움’
뉴스종합| 2019-06-14 11:33
한국 “靑정무라인 협상에 재뿌려”
與 “골 깊어져 충돌 병될까 우려

장기간 파행된 국회 상황을 두고 연일 설전을 벌이고 있는 청와대와 야당의 신경전이 급기야 감정싸움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14일 자유한국당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전날 청와대의 “나경원 원내대표가 국회 파행 사태 이후 ‘청와대는 빠지라’고 언급했다”는 발언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한국당 관계자는 “국회 정상화를 위해 원내 지도부가 여당과 물밑 협상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의 발언은 정상화 노력에 찬물을 뿌리는 격”이라며 “일부에서는 원내 ‘지도부가 협상 권한이 없다’는 발언까지 나왔는데, 야당을 망신 주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각을 세웠다.

이만희 한국당 원내대변인도 전날 논평을 통해 “야당 원내대표의 말꼬리를 잡으며 (청와대가) 수준 이하의 말장난을 하고 있다”며 “여야 간 가교역할에 충실해야 할 청와대 정무라인이 협상테이블에 재를 뿌리다 못해 뒤엎고 있다.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청와대와 한국당의 이같은 설전은 나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재해 및 건전재정 추경 긴급토론회’에서 “국회가 파행되는 동안 (청와대에서) 저한테 연락 한번 했느냐”고 꼬집으면서 시작됐다. 나 원내대표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으로부터 전화 한번 받아본 적 없었다”고 했다. 여기에 청와대가 “한국당이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고 반박하며 말싸움 수위는 점차 높아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장기간 국회 파행 과정에서 이어진 설전이 양측의 감정을 모두 상하게 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국회는 점차 합의점을 찾고 있는데 청와대와 야당의 설전이 감정싸움처럼 흘러가며 갈등의 골을 더 깊게 하고 있다”며 “설사 여야 합의로 국회가 바로 정상화된다 하더라도 정권 내내 청와대와 야당의 갈등은 계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청와대와 야당의 대립구도는 이처럼 점차 첨예해져 가고 있지만, 한국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청와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더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면서 한국당 내부에서도 당 지도부를 향한 불만이 점차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중진 현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황교안 대표가 존재감을 과시하려고 파행을 장기화시키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데다가 친박계는 집단 탈당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외부의 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한국당 의원은 “당 지도부가 비난의 화살을 청와대로 돌리기 위해 청와대 비판에 더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그러나 파행이 장기화되면서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의원들이 많아 당 지도부의 부담은 점점 심해질 전망”이라고 했다. 

유오상 기자/o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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