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출출한 우리아이 건강간식만 생각했죠”
뉴스종합| 2019-06-18 11:00
남정민 풀무원 U-biz 사업부장·상무
신선식품 전용 스마트자판기 ‘출출박스’ 론칭
키즈카페 호평…풀무원 비중 24%까지 증가
사업주, 인력·관리 비용 절감 긍정평가
“기업·학원 등 연내 50대이상 확대 계획”


남정민 풀무원 U-biz 사업부장이 서울 강남구 수서동 풀무원 본사 7층에 위치한 스마트 자판기 ‘출출박스’를 소개하고 있다. [풀무원 제공]

“이곳에선 상상하던 것들을 하나씩 실현해가는 재미가 있어요. 물론 지원 부서와 무게감이 다르다보니 잠을 잘 못 이룰 만큼 힘들기도 하죠.”

풀무원이 최근 선보인 신선식품 전용 스마트 자판기 ‘출출박스’ 개발 주역인 남정민(44) 풀무원 U-biz 사업부장(상무)를 최근 서울 강남구 수서동 풀무원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LG CNS에서 시스템 개발과 분석, 프로젝트 관리 등을 해오다 2012년 풀무원 IT기획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10월부터는 풀무원의 무인플랫폼 사업을 담당하는 U-biz 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이효율 총괄 대표이사 직속으로 꾸려진 벤처형 조직이다. 그간 쌓아온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아이디어를 직접 실현해가는 즐거움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출출박스는 U-biz 사업부가 내놓은 첫 결과물이다. 백지 상태에서 제품을 구상해 실제 현장에 설치하기까지 남 상무와 사업부원들 손길이 닿지 않은 과정이 없다. 과일, 샐러드, 유제품, 식사 대용 간편식 등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을 주로 취급하는 점이 기존 스마트 자판기와 차별화된다. 남 상무는 신사업영역을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아 풀무원 혁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처음엔 반찬도 넣어보고 과자도 넣어보고 했죠. 저희 사업부원 모두가 공감한 것이 ‘소중한 사람들 가장 가까이에 건강한 간식을 놓자’는 방향성이었어요. 어려움에 부딪힐 때면 제 아들을 생각했죠. 아들 가까이에 건강한 간식을 두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출출박스 초기 버전은 이미 2017년 10월 세상에 나왔다. 보안상 이유로 사무실 등에 녹즙 배달이 어려워지자 남 상무는 ‘자판기와 같은 형태로 제공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취급 제품을 간식 전반으로 넓혀 지난 1년여 간 공유오피스 ‘패스트파이브’ 5개점에서 시범 운영했다. 이후 출출박스라는 이름으로 지난달 본격 론칭했다.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키즈카페 디아망 강북본점에 2대가 우선 설치됐다. 남 상무는 최근 수시로 현장에 나가 소비자 반응을 살핀다.

“키즈카페 사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출출박스 도입 전엔 간식 구매할 때 아이와 엄마가 싸우는 일이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이 과자 진열대에서 원하는 걸 바로 집어오다보니 엄마와 실랑이가 벌어지는 거죠. 이제는 간식이 자판기 안에 들어가 있으니 아이와 엄마가 대화해서 구매할 제품을 결정하더라고요. 부모 반응이 좋아서 만족스러워요.”

일반 과자, 캐릭터 음료 일색이던 매대와 비교해 유기농 주스, 원물 스낵 등 건강한 간식이 많아진 점에서도 이용자 만족도가 높다. 스스로 주문ㆍ결제하는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낯설고 불편할 수 있는 데도 출출박스 도입 후 한달 매출이 판매원이 운영할 당시 매출을 따라잡았다.

출출박스 설치 이후 디아망에서 판매되는 풀무원 제품 비중은 4% 대에서 24% 수준까지 크게 늘었다. 특히 가공란, 과일, 두부, 요거트 등 신선 간식 인기가 높다. 사업주 반응도 긍정적이다. 간식 판매를 담당하는 아르바이트생을 따로 두지 않아도 될 만큼 인력 운영 면에서 효율성이 높아진 덕분이다. 모바일 앱으로 제품 유통기한을 실시간 점검할 수 있고,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은 원격으로 판매를 즉시 중단할 수도 있어 편리하다.

남 상무는 키즈카페 뿐 아니라 기업과 학원, 독서실, 빨래방 등 다양한 시설로 출출박스를 확대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미 대기업 2곳에 8대가 설치돼 운영 중이고, 모임전문공간 토즈 신논현점에서도 최근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남 상무는 “최근에 여러 프랜차이즈에서 설치 문의를 많이 주신다”며 “연내 최소 50대 이상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출출박스를 사회공헌 활동에 활용할 만한 방안도 남 상무는 검토하고 있다. 그는 “단순히 건강 간식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으로 출출박스를 시작했는데 사회적 가치를 제안해주신 분이 계셨다”며 “물품 적재 업무에 사회적약자를 고용한다든지, 소외계층이 무료 급식을 24시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활용한다든지 다양한 방향을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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