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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통장 삽니다” 불법거래 22명 입건
뉴스종합| 2019-06-20 11:37
서울시 민사경, 양수자 1명 구속
현금거래로 수사기관 추적 피해
당첨시 수천만원 전매차익 챙겨


청약통장 브로커가 보낸 문자메시지. [서울시 제공]

청약통장을 브로커를 끼고 불법으로 사고 판 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민사경)은 청약통장 불법 거래를 소개하고 알선비를 챙긴 3명과 양수자 6명, 양도자 13명 등 모두 22명을 주택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이 중 양수자 1명을 구속하고 검찰에 송치했으며, 브로커 2명은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추적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적발된 브로커 3명은 서울 지역 곳곳에 ‘청약저축ㆍ예금 삽니다’라고 적힌 전단지를 뿌려 청약통장을 모집하고, 통장을 살 사람을 연결시켜 주며 양수자로부터 소개비 명목으로 건 당 수백만원을 챙겼다. 이들은 수사기관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은행, 커피숍 등 장소가 일정치 않은 곳에서 현금으로 거래하고, 실존하지 않는 외국인 명의의 선불폰을 이용했다.

또 청약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수법을 동원했다. 85㎡ 이하 주택에 쓰는 청약부금과 공공분양에만 가능한 청약저축을 주택 제한이 없는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전환하거나 납입 인정금액을 높이기 위해 통장 예치금을 1000만원 이상 추가 불입했다. 또 통장 가입자를 청약 신청이 가능한 세대주로 만들기 위해 실제 거주하지 않는 주소지로 위장전입시키고, 가점을 높이기 위해 거주하지 않는 자녀를 세대원으로 전입시켜 부양가족 수를 늘리는 등의 수법을 썼다.

이들 브로커를 통해 청약통장을 구입한 양수자들은 아파트 청약에 당첨이 돼 분양권을 되팔아 수천만원의 전매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브로커 A씨는 70세 남성 B씨의 청약통장을 사들인 뒤 통장에 1000만원을 더 넣어 불입액을 1750만원으로 만든 뒤 C씨에 팔았다. B씨는 이 청약통장으로 공공분양 아파트에 당첨됐고,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린 뒤인 지난 4월에 4500만원의 웃돈을 받고 분양권을 전매한 것으로 거래신고했다. 당시 이 아파트 분양권 프리미엄 시세는 1억원 이상으로 형성돼 있어 B씨는 양도세를 낮추기 위해 계약서 상 거래가를 실거래가보다 낮춘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의심된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지난해 2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이 관악구에서 청약통장을 산다는 전단을 붙이며 광고하고 통장을 사들이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섰다. 부동산 불법 거래 단속은 지자체 소관 업무다.

청약통장 거래는 양도자ㆍ양수자ㆍ알선자는 물론 양도ㆍ양수 또는 이를 알선할 목적으로 광고한 자 모두 처벌 대상이다. 주택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다만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3000만원을 넘을 경우 그 이익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불법 거래된 청약통장으로 청약해 당첨되더라도 불법 사실이 발각될 경우 주택공급 계약은 취소되며, 최장 10년까지 청약 자격이 제한될 수 있다.

송정재 민생사법경찰단장은 “앞으로도 집을 거주 공간이 아닌 투기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수사를 강화할 방침”이라며 “시민 주거 생활의 안정화를 위해 주택 공급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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