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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차량서 숨지는 아이 없어야”…축구클럽 사고 부모의 호소
뉴스종합| 2019-06-24 11:23
靑청원 20만명 넘어 답변요건 충족

“아이들 죽음으로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달라진다면 좋겠어요.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밖에 없더라고요.”

지난달 인천 ‘축구클럽 통학차 사고’로 여덟살 아들 태호를 떠나 보낸 아버지 김모(37) 씨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20만명 동의를 얻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는 23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세림이법 사각지대가 해소되고 어린이집 통학차량의 안전성이 강화돼 억울하게 죽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호 아버지와 피해 부모들은 지난달 24일 ‘축구클럽에서 축구한다고 차량에 태워 보낸 아이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린 이후 약 2주간 인천과 서울에서 전단지를 뿌리고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과 연대해 기자회견을 열며 온힘을 다했다. 다행히 청원마감일을 하루 앞둔 22일 오전 11시께 기적처럼 20만명 동의를 얻어 청와대로부터 공식답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부모들은 청와대 공식 답변을 통해 어린이 통학차량의 안전을 강화하는 대책이 마련 비슷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 아이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일이라고 믿었다. 수시로 국민청원 동의 인원을 파악하고 20만명을 돌파하기를 기도했다. 20만명이 넘던 날 피해 부모들은 이를 축하하며 울었다.

김 씨는 “이게 서로 축하할 일도 아닌데 혹시라도 안됐다면 더욱 좌절했을테니까…”라며 당시 심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를 위해 힘써준 분들에게 너무나도 고맙다”고 했다.

지난달 15일 오후 7시 58분께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 앞 사거리 교차로에서 인천 모 사설 축구클럽의 통학용 승합차가 다른 승합차와 충돌해 초등학생 2명이 숨지고 대학생 행인 등 5명이 다쳤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사고 차량은 2007년 생산된 차량으로 타이어를 제 때 교체하지 않았음에도 ‘안전 적합성 판정’을 받았던 차량으로 확인됐다. 숨진 아이들은 안전벨트를 맸지만 몸에 맞지 않는 성인용 안전벨트여서 비극을 막지 못했다. 해당 축구클럽 차량은 교육시설이 아닌 일반 자유업종(용품점)으로 등록돼 ‘세림이법’의 적용도 받지 못해 처벌할 근거조차 없는 상황이다.

김 씨는 “노란색어린이 통학차량은 겉으로만 안전차량일뿐 아이들을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 이후 한달 김 씨는 현재 태호와의 추억이 가득한 인천 송도 집을 떠나 서울에 머물고 있다. 밤이 되면 자기 전 아들 발을 주물러 주던 게 생각나 여전히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가 보내준 사진에서 태호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버지는 천국에 가 있을 아들이 그립기만 하다. “태호야 하늘나라에서 친구랑 축구도 하고 재밌게 놀고 있어. 사랑해”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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