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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학군 못사는 부모는 죄인인가요”...잇단 자사고 재지정 취소에 한숨만
뉴스종합| 2019-07-01 11:30
상산고 평가기준 논란 계속
학부모들 “누굴 위한 정책이냐”
민사고, 오늘 재지정 여부 결정


“지역 자사고 다 없애면 어느 부모가 아이들 지방에서 키울까요.”

전북의 대표 명문 상산고와 부산의 유일 자사고 해운대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자사고를 일반고로 만들 경우 결국 그 혜택은 ‘강남 8학군’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학부모들은 ‘돈 없어 강남에 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이들에게 미안해 해야할 판’이라고 했다. 1일 오후에는 민족사관고등학교(민사고)의 자사고 재지정 여부도 결정된다.

학부모 오모(42ㆍ전북 무안) 씨는 “많이 멀지 않은 곳에 상산고가 있어 중학생 아이가 외고 준비생들처럼 열심히 공부해왔는데, 이번 일로 속상해 하는 모습을 보니 부모 노릇 못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지방에 있는 좋은 학교들을 다 일반고로 만들어버리면 아이 키우는 사람들이 와서 살려고 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45ㆍ서울 금천구) 씨는 “좋은 학교 보낼 권리가 서울 엄마, 강남 엄마들에게만 있냐”며 “학군이 나쁜 동네서 사는 아이들은 멀지 않은 좋은 학교에 지원해볼 꿈도 꾸지말고, 주어진 교육환경에 순응해서 학교 다니란 얘기 아니냐”고 비판했다. 자사고들은 교육청의 재지정 취소에 계속해서 반발하고 있다.

상산고는 전라북도교육청의 재지정 취소 결정 직후 반발 성명을 내고 “전북교육청의 평가결과는 자사고 평가라는 원래 목적은 무시한 채, 정해진 결론인 ‘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이기 위한 수순과 편법”이라고 비판했다. 상산고는 2일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도 열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전북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의 간사가 “일반고 정상화를 위한 기관장(김승환 전북교육감)의 의지”가 언급됐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당시 위원회는 자사고 지정 평가 기준점(80점)이 타 시·도보다 높은 이유가 “(현 정부의) 국정과제의 충실한 이행 때문”이라며 “70점은 일반고도 달성하기 용이한 점수로 지정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80점 이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전환할 경우 강남 집중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부작용을 지적하고 나섰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자사고 정책의 쟁점 및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면 서울 강남 등 특정 지역 고교가 자사고 역할을 대신하게 될 우려가 있다”면서 “특정 지역 소재 고등학교가 자사고 역할을 대신하면 전체 일반고의 경쟁력 강화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교육청과 현장의 시각차 속에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둘러싼 논란은 해를 넘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말 기준 전국의 자립형 사립고는 42개교다. 이중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받는 학교는 총 24개교이며, 내년에는 용인 지역 명문 자사고인 용인외대부속고등학교 등이 재지정 여부가 갈린다. 

김유진 기자/kac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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