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프로 귀차니스트의 깨달음..."죽기 전에 한 번 꽃 피려면"
라이프| 2019-07-01 13:43

문소영 '광대하고 게으르게'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그림 속 경제학' ,'명화독서' 등 베스트셀러 저자인 문소영 미술전문기자가 에세이를 펴냈다. '광대하고 게으르게'라는 제목의 책에선 예술이 일상이고 글쓰기가 직업인 '여자 사람' 문소영이 자신의 일상을 비롯해 늘 다루는 예술과 역사,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의 문화와 사회까지 예민한 시각으로 탐색한다.

'광대하게 게으른'작가는 소셜미디어를 뒤흔들었던, 흰색-금색으로도 보이고 파랑-검정으로도 보인 한 장의 드레스 사진부터 19세기 사진 발명 후 회화의 도전에 응했던 클로드 모네, 에드바르 뭉크, 파블로 피카소의 성취를 논한다. 한국인 특유의 비교강박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전통회화 '평생도'를 보며 이야기하는가 하면 최근 이슈가 된 페미니즘까지 끌어들인다.

광대하고 게으르게, 문소영 지음, 민음사 펴냄

친구와 이야기하듯 꾸밈없이 써내려간 단상들은 자칭 '프로불편러'인 자신의 내부에만 머무르지 않고 광대한 세상을 향해 뻗어나간다.

광대하고 게으르게, 문소영 지음, 민음사 펴냄

그렇다고 세상을 향한 외침만 가득한 건 아니다. 스스로가 게으르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또 무언가 이뤄내고 싶은 야심에 좌충우돌하는 마음도 솔직하게 고백한다는 점이 이 에세이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왕 일을 하면 그 일로 세상에 없는 걸 만들고 싶다는, 내 게으른 성격에 어울리지도 않는 드높은 야심이 순간순간 일어나곤 한다"는 작가는 빈센트 반 고흐, 폴 세잔, 가스통 바슐라르, 앙리 루소, 박완서, 윤석남, 에드워드 호퍼 등 대기만성형 예술가들을 보며 '죽기 전에 한번 꽃펴 보려면', 어쨌거나 괴로워하면서도 뭔가 '계속 끄적거려야 한다'는 깨달음을 읽는 이와 함께 나눈다.

"방황할망정, 느릿느릿 갈망정, 그냥 늘어져 있어서는 안 되는구나. 뭔가를 끈질기게 하며 게을러야지, 무기력하게 게으른 건 안 되는구나, 죽기 전에 한번 꽃펴 보려면"(본문중)

'게으를 권리'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요즘, 작가는 게으름이 치러야 하는 값에 대해 정직하게 직면한다. 유쾌하고 긍정적인 태도로.

대부분 에세이가 그렇지만 문소영의 글은 본인의 캐릭터가 그대로 살아있다. 읽는 내내 작가와 대면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게, 광대한 영역을 천천히 사유하는 작가와 영화, 명화, 웹툰, 한국화, 음악까지 예술의 많은 장르를 함께 산책하는 듯하다. 민음사 펴냄.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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