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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의 세상속으로]혁신은 실패·성공·지속성 '3대 갈등' 속에서 꽃핀다
뉴스종합| 2019-07-03 08:09

혁신의 열매는 달콤하나 혁신의 과정은 갈등의 가시밭길이다. 오죽하면 혁신이란 단어 자체가 가죽을 벗겨낸다는 의미이겠는가. 모두가 달콤한 혁신의 열매는 기대하나 갈등의 가시밭길은 외면하려 한다. 그 결과는 혁신이 아니라 혁신하는 '척'이 된다. 혁신과정의 3대 갈등인 ▷실패의 갈등 ▷성공의 갈등 ▷지속성의 갈등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혁신의 탄생과정은 한마디로 상처뿐인 영광이다. 숱한 실패를 통해 진정한 혁신이 태어난다. 모든 생명 탄생이 그러하듯 혁신의 탄생도 아픔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실패에 대한 지원이 혁신의 토양이 된다. 실패를 혁신으로 가는 과정으로 인정하고 지원하는 문화에서 혁신은 자라나고, 실패를 결과로 인식하고 징벌하는 문화에서 혁신은 소멸한다. 대부분의 조직들은 혁신이란 구호는 부르짖고 있으나, 실패는 가혹하게 징벌한다. 그 결과는 '쌀로 밥하는' 격의 즉, 혁신하는 흉내만 내는 구조가 된다.

미국의 벤처투자가 확대되는 이유는 위험감수에 대한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개별적으로 위험하나, 대수의 법칙에 의거해 포트폴리오로 구성하면 위험도는 제로(0)에 수렴하게 된다. 정작 중요한 것은 개별적 위험도인 확률이 아니라 투자포트폴리오 전체의 기대값이다. 혁신은 실패의 갈등 속에서 탄생한다.

혁신에 성공하면 기존 산업과 갈등이 필연적이다. 1811년 영국 러다이트운동은 혁신 성공이 초래한 사회적 갈등이다. 혁신은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생산성 향상은 필연적으로 총 노동시간을 축소한다. 그 결과는 노동시간의 감소 혹은 노동인력의 감소로 귀결된다.

이러한 혁신의 갈등은 산업혁명 때마다 반복돼 왔다. 컴퓨터 도입에 따른 사무직 감소를 우려한 타임지는 '자동화실업' 캠페인을 벌였다. 이제 공유경제 도입에 따른 갈등이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혁신에 성공하면 기존 산업은 파괴된다. 그러나 저부가가치 산업이 파괴되고 고부가가치 산업이 창출되는 과정에서 국가는 발전해 왔다. 바로 이것이 산업혁명의 역사임을 상기하자. 혁신은 성공의 갈등 속에서 사회를 발전시킨다.

혁신의 세 번째 갈등은 지속성의 갈등이다. 혁신에 성공하면 부를 얻는다. 성공에 따르는 부와 명예가 기업가들에게 고난의 행군을 하도록 동기부여 하는 것이다. 이탈리아반도란 보상이 없었다면 한니발과 나폴레옹이 왜 그 험난한 알프스를 넘었겠는가. 혁신에 성공하면 사회 전체에 커다른 부를 창출하고 그 일부를 혁신가가 보상받는다. 이 과정에서 사회는 발전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가가 취득한 더 많은 부는 대중의 질시 대상이다. 대중은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시한다. 여기서 혁신가와 대중사이에 지속성의 갈등이 초래된다. 대중에게 혁신가가 부를 분배했음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을 통해 표를 획득하는 정치세력이 등장해 혁신가를 옥죄게 된다. 지금 해외에서 대한민국의 부를 벌어들인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겪는 질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래서 혁신가들의 포용성 부족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어렵게 한다. 내 것을 지키려면 먼저 베풀어야 한다.

모든 혁신은 이런 3대 갈등 속에서 피는 꽃이다. 혁신 없는 사회는 갈등도 없으나 발전도 없다. 혁신은 기업가적 도전이 시장경쟁으로 발현된다. 경쟁이 없으면 혁신도 없다. 경쟁하는 혁신사회는 절대 빈곤층이 없으나 경쟁 없는 정체사회는 절대빈곤을 피하기 어렵다. 시장경제는 갈등으로 점철된 혁신으로 발전해 왔다. 갈등 없는 정체를 선택할 것인가, 갈등 속의 발전을 선택할 것인가?

〈KAIST 교수·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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