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이노베이트 코리아 2019] “로봇재판관 판결 공정할까? 학습된 편향성 극복이 과제”
뉴스종합| 2019-07-10 11:47
박민철 변호사가 본 법조 미래
기존 법관 선고·판례 기초 구축
차별 등 부정적 요소 영향 우려

다양한 사람 참여로 다양성 경험
정의로운 판결 위한 시작점 될 것


박민철 변호사.

“로봇재판관의 판결이 공정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사회적 편견이나 편향이 반영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학습한 로봇재판관은 (아직은) 선행판례에 더욱 기속돼 편향성이 강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편향성을 가진 인간을 대신해 완전히 공정한 인공지능(AI) 로봇재판관이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 의원으로 활동 중인 박민철 변호사는 현재의 AI 기술로는 로봇마저 편향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10일 헤럴드 주최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이노베이트코리아 2019’에 참석해 ‘솔로몬의 부활, 로봇 재판관’을 주제로 AI가 바꿀 법조계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외모가 형량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된 미국 코넬대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인간의 편향성이 AI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인정 ▷법률적용 ▷양형과정 ▷판결문 작성 등 재판에 필요한 4가지 과정에서 AI가 겪을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노베이트 코리아 2019 개막을 앞두고 포럼에 참석한 과학기술계 주요 기관장들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 하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안성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권충원 헤럴드 대표,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전창협 헤럴드경제 편집국장      이상섭 기자/babtong@

박 변호사는 “우선 사실인정 단계에서는 알고리즘 설계시 각 진술 관계를 분석해 신빙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상태변화가 독립적이지 않고, 상호긴밀하게 연결돼 어떤 변화가 다른 상태에 변화를 일으키는 특성을 감안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률 적용 과정에서는 확정된 사실관계에 법률조문, 판례, 지침 등 지식베이스와 추론 기능을 부가한 알고리즘으로 해결 가능하지만, 해당 사실 관계에 적합한 법률 매칭이 사실 쉽지 않다”며 번역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각 단어에 해당하는 외국어 단어의 매칭으로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 번역이 쉽지 않은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양형과정에 대해 박 변호사는 “AI를 통해 인간의 개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해 양형의 공정성, 신뢰성을 높여줄 수 있는 한편, 기존 법관들의 선고형량을 기초로 구축된 양형기준 제도나 법관들이 가졌던 편향성이나 차별 등 부정적 요소를 극복해야 하는 난제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판결문 작성에서는 “AI 알고리즘의 블랙박스와 같은 속성 때문에 상호 연관된 사실관계 추론 과정을 당사자가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없다는 문제도 풀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 형성 과정에서 다양성을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로봇재판관의 해답은 왜 편향성이 나오는 원인에서 찾으면 된다”며 “편향성은 다양하지 못한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알고리즘이 이 모든 다양성을 감안하도록 설계하고, 분석하고 학습하면서 그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그러나 우리가 기대하는 로봇재판관을 만나기 까지는 여러 어려움이 산재해 있음에도 인간의 편향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로봇재판관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약촌 오거리 사건에 대한 법원의 최근 재심 판결 결과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이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억울하게 10년간 옥살이를 마친 사례가 있었다”며 “이런 법원의 잘못된 판단이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판단의 피해를 보고 싶지 않다는 기대를 AI가 충족시켜줄 수만 있다면 AI에 모든 걸 쏟아 부어야만 한다”고 피력했다.

로봇재판관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그는 미국의 대형 로펌 베이커호스테틀러가 사용하는 법률 지원 AI ‘로스’(ROSS)와 ‘렉스 마키나’(Lex Machina)를 꼽았다.

로스의 작동원리는 기본적으로 검색엔진과 유사하다. 사용자의 질문에 대하여 온라인상의 자료 중에서 필요한 것을 찾아내어 보여주는 방식이다. 로스는 인간의 일상 언어를 이해하고 초당 10억장의 방대한 법률문서를 분석하여 사용자의 질문에 최적화된 답변을 제공한다. 렉스 마키나는 빅데이터 처리기술을 기반으로 소송 당사자와 변호사에게 판결 결과 예측을 통한 소송전략수립을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렉스 마키나는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특정 사안에 대한 판결 결과를 예측, 제공하는데, 구체적으로는 미국 법조계에 존재하는 방대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하여 판사별, 로펌별, 소송당사자별 분석자료를 제공한다.

박 변호사는 로봇재판관이 바꿀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그는 “로봇재판관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참여에서 시작될 것”이라며 “다양한 사람의 참여로 편향성을 극복한 로봇재판관이 인간이 가지는 한계를 보완하여 진정한 솔로몬의 재판을 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채상우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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