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이노베이트 코리아 2019] “심해탐사기술 국가경쟁력 척도…국산 유인잠수정 개발 속도내야”
뉴스종합| 2019-07-10 11:44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

해양 개발용 수중 건설로봇 개발
고세균 이용 수소 생산 상용화 박차



“바다는 식량과 식수문제, 그리고 자원과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류에게 남은 유일의 미개척 영역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심해 유인잠수정 기술 등 심해탐사 기술 확보는 산업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관련 기술개발을 서둘러야 할 때입니다.”

김웅서<사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은 1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이노베이트코리아 2019’에 참석해 ‘지구 속 우주, 심해탐사’라는 주제발표에서 국내 해양탐사기술 확보의 중요성에 대해 이 같이 역설했다.

해양학적으로는 대륙붕 수심인 200미터 보다 깊은 곳을 ‘심해’라고 한다. 우주에 가려면 우주선이 필요하듯 심해를 탐사하려면 잠수정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사람이 직접 탑승하는 잠수정을 유인잠수정이라 하는데, 과학조사를 위한 유인잠수정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중국 등 해양선진국 몇 개국에 불과하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980년대에 수심 250m까지 잠항이 가능한 유인잠수정을 제작했지만 아직까지 심해 탐사가 가능한 유인잠수정 개발은 하지 못한 상태”라면서 “심해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유인잠수정 개발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개발한 수중건설로봇 URI-R 모식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김 원장은 지난 2004년 국내 과학자로는 최초로 유인잠수정에 탑승해 태평양 심해 5000m까지 직접 내려가 바다 밑에 숨겨져 있는 망간단괴와 심해생물 등 경이로운 심해환경을 직접 확인한 바 있다.

김 원장에 따르면 최근 육지자원 고갈, 에너지원 발굴 필요 등으로 해양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저자원 발굴을 위한 해양플랜트 구축, 해양 에너지 개발을 위한 구조물 건설 등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500~2500m 깊이의 바다 속에서 시설 매설, 해저 지면 고르기 등 수중작업을 장시간 수행할 수 있는 장비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무인잠수정 개발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양개발용 수중건설로봇’을 개발했다.

김 원장은 “수중건설로봇이 지닌 유압을 이용한 로봇 팔, 암반파쇄 장치, 수중카메라, 자동화 항법 기술 등에 대해 실해역 시험에 성공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술력을 입증한 동시에 향후 세계 무인수중로봇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심해탐사를 통해 얻은 또 다른 연구성과로는 바이오수소 생산기술도 대표적이다. 심해 열수분출구 주변에서 발견한 고세균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써모코커스 온누리누스 NA 1’으로 명명한 이 미생물을 연구한 결과, 다른 미생물보다 훨씬 많은 7개의 수소화 효소군을 가지고 있어 산소가 없는 고온의 공간에서 일산화탄소와 같은 폐기물을 섭취하고 수소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폐기물도 처리하고, 수소도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해양과학기술원 연구팀은 올해 연간 480톤의 수소를 1킬로그램당 3700원에 생산할 수 있는 데모플랜트를 구축하는 등 상용화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김 원장은 “온누리누스의 배양을 통해 바이오수소를 선박 내에서 자체 대량 생산하게 된다면 외부 연료공급 없이도 선박 항해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아직은 공상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지금의 많은 현실이 과거의 공상이었던 걸 생각하면 머지않은 미래의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본혁 기자/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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