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이노베이트 코리아 2019] 104년만에 첫 블랙홀 관측…수많은 경계 넘은 도전의 산물
뉴스종합| 2019-07-10 11:45
정태현 한국천문硏 KVN 그룹장

“블랙홀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의해 예측되는 우주에서 가장 신비로운 천체입니다. 첫 블랙홀 관측에 성공한 과정이야말로 수많은 경계를 넘은 도전입니다”

정태현<사진>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그룹장은 10일 헤럴드 주최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이노베이트 코리아(Innovate Korea) 2019’ 포럼에 참석해, ‘미지의 세계를 찾아서: 블랙홀’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 프로젝트 연구진은 지구로부터 5500만 광년 떨어진 거대 은하 M87의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 이미지를 과학사 최초로 공개했다. 전 세계 6개 지역에서 관측된 데이터를 슈퍼컴퓨터로 합성, ‘지구 크기 만한’ 망원경으로 블랙홀의 모습을 확인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발표된 1915년 이후, 104년만의 성과다.

정 그룹장은 블랙홀을 관측할 수 있는 망원경을 구축하는 과정은 수많은 경계를 넘는 도전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0여년 동안 EHT는 전 세계 6개 지역에 있는 전파망원경 8개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했다”며 “블랙홀을 관측하는데 필요한 분해능과 민감도를 갖는 EHT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HT의 분해능은 파리의 카페에서 미국 뉴욕의 신문기사를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정 그룹장은 “허블 망원경보다 2500배 높은 분해능을 갖는다”며 “1.3밀리미터 파장 대역에서 하나의 거대한 지구 규모의 망원경이 구동되는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를 구현했다”고 덧붙였다. 각 전파망원경에서 수신하는 전파신호를 하나로 합치는 기술도 주효했다. 그는 “칠레에 있는 직경 12m 전파망원경은 37개의 작은 전파망원경들에서 수신하는 전파 신호를 합쳐서 마치 직경 70m에 이르는 대형 전파망원경과 동일한 민감도를 달성할 수 있었다”며 “이는 EHT의 민감도를 10배까지 향상시켰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영상 알고리즘과 모니터링 시스템도 개발됐다. 정 그룹장은 “블랙홀 그림자 관측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는 두 초거대 블랙홀에 대한 이론적 연구와 신뢰도 높은 이미지를 얻기 위한 다양한 영상 알고리즘도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초정밀 주파수 표준을 제공하기 위해 수소원자 시계를 도입하고 특수 제작된 초고속 기록기를 설치했다”며 “최고 품질의 관측 데이터를 얻기 위해 날씨를 포함한 여러 관측 조건들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정 그룹장은 EHT 프로젝트 총괄 단장인 쉐퍼드 도엘레만 박사의 말을 인용해 “세계 최고 성능의 전파망원경들을 서로 연결해 블랙홀과 사건의 지평선에 관한 새로운 장을 함께 열었다”며 “이는 천문학 역사상 매우 중요한 발견이며, 2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의 협력으로 이뤄진 이례적인 과학적인 성과”라고 강조했다. 

박세정 기자/sj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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