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3월 문을 닫은 중국 베이징의 한 롯데마트 정문 앞에 경찰관이 서있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박승원 기자] 중국 당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호된 대가를 치른 롯데에게 랴오닝성 선양(瀋陽) 롯데타운 건설 사업 시공을 허가해 러브콜을 보내 병주고 약주는 모양새다. 하지만 롯데는 중국사업을 지속할지 여부에 대해 고민 중이다.
14일 롯데와 중국 소식통 등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4월 실내 테마파크와 쇼핑몰, 호텔 등 초대형 복합시설을 짓는 션양 롯데타운에 대한 사업 시공 인허가를 내줬다. 백화점과 영화관, 아파트 등이 들어선 1기에 이은 2기 사업이다.
사드 갈등으로 2016년 말 사업이 중단된 이래 아직 공사가 재개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제는 입장이 뒤바뀌어 롯데가 칼자루를 쥐게 된 셈이다.
중국 당국이 몇 년만에 허가를 내준 배경에는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려는 속셈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동북3성은 경제 성장률이 중국 내에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며 “중국으로서는 동북지역의 소비 경제를 활성화하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헤이룽장(黑龙江), 지린(吉林), 랴오닝(辽宁) 등 동북 3성은 석탄 등 풍부한 자원을 기반으로 다른 지역보다 일찍 산업이 발달했지만, 자원 고갈과 공업의 쇠퇴로 중국의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공장지대)’가 되었다.
이 소식통은 “러시아와의 합작 사업만으로는 동북3성의 경제를 회복하기 힘들다”며 “칼자루는 롯데가 쥐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경제보복으로 중국에서 쓴 맛을 본 롯데는 탈중국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라 사업 재개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사드보복 이후 중국 내 마트사업을 완전히 철수했고, 백화점도 정리 중이다. 식품제조부문에서도 일부 공장의 매각을 추진하는 등 중국 철수를 서두르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공사를 오래 쉬다보니 챙겨야 할 것이 워낙 많아 재개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몇 년 전과 상황이 달라졌으니 재개를 해야할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롯데는 중국 내 유통사업을 포기하고 해당 복합단지의 매각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외교상황에 따라 사업 기반이 통째로 흔들리는 중국 대신 롯데는 젊은 인구가 많고 성장 여력이 높은 동남아 지역에서 미래 먹거리 찾기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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