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네탓” 공방에 ‘日 결의안’ 놓치고 망신만 당한 국회
뉴스종합| 2019-08-04 08:01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일본 보복적 수출규제조치 철회 촉구 결의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국회가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보복 조치를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만장일치로 상임위에서 통과시켜놓고도 본회의를 열지 못해 시간을 놓쳤다. 뒤늦게 내용을 수정해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이미 일본 각의가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의결한 뒤라 “늦장 대응으로 망신만 샀다”는 비판을 피하지는 못했다.

3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 2일 오후 본회의에서 ‘일본 정부의 보복적 수출규제 조치 철회 촉구 결의안’을 뒤늦게 채택했다. 일본의 수출 보복 조치가 처음 거론된 지난 달 4일 이후 29일만이자, 상임위에서 결의안이 통과된 지 11일 만이었다.

앞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지난 달 22일 전체회의에서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규탄하는 내용의 위원회 단일 결의안을 여야 의원들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일본 정부는 보복적 수출규제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여야는 상임위를 통과한 결의안을 지난 1일 본회의에서 최종 채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채택은 표결조차 하지 못했고, 그사이 일본이 보복 조치를 의결하면서 여야는 뒤늦게 다시 외통위를 열어 결의안 문구를 수정해야만 했다.

그간 여야는 원내 지도부 간의 합의에 실패하며 본회의 일정을 정하지도 못했다. 본회의 의사일정 합의에 추경안 처리가 조건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여당과 통과를 전제로 의사일정을 잡을 수 없다는 야당이 맞섰다. 결국 한국당이 추경 처리에 합의하며 가까스로 지난 1일 본회의 개의에 합의했다.

그러나 본회의가 예정된 당일, 추경안을 심사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가 길어지면서 여야는 다시 정쟁에 빠졌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본회의를 먼저 열어 민생법안 처리와 결의안 통과를 먼저 진행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측이 “추경안부터 처리해야 한다”며 결의안을 먼저 처리하자는 한국당의 제안을 거부했다.

결국, 예결위 심사에서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해 본회의는 다음날로 미뤄졌고, 결국 ‘뒷북’이라는 비판만 샀다. 여야는 결의안 통과 시점을 놓치자 이번에는 책임 소재를 상대방에게 떠넘겼다.

일본 각의의 결정이 전해진 직후인 지난 2일 오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통상 본회의 순서와 달리 여당이 추경안을 먼저 처리하자고 고집하는 바람에 (본회의를) 열지 못했다”며 “어제 결의안을 통과시켰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도 “자칫 지난 1일 본회의를 열 경우 다음날 본회의가 다시 열려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표결에 들어갈까 민주당이 두려워한 것 같다”며 “본회의가 늦어진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반면, 여당은 일본의 보복이 현실화되자 뒤늦게 더 강한 대응을 해야 한다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경제 비상사태가 시작됐다”며 “이런 상황을 맞이해 과연 우리가 군사 정보 교류를 유지해야 할지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로서 그 생각은 접어야 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최근까지 “동북아 평화를 위해 지소미아가 필요하다”고 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발언이다.

그러나 한국당이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보이고 있어 일본과의 마찰에 대한 대응을 두고 여야의 파열음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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