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8개 자사고 심문절차 진행
가처분 신청 인용 땐 지위 유지
수험생·학부모들 불안·혼란 가중
영재학교·과학고 등 쏠림현상도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무더기 취소 사태가 결국 법정으로 향했다. 사법당국의 판단에 따라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어 당분간 자사고 취소 사태 후폭풍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자사고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 등 고교 입시에도 적잖은 혼란을 줄 것으로 보인다.
20일 서울행정법원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운영성과(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서울지역 8개 자사고가 제출한 지정취소 처분 효력정지(집행정지) 가처분신청 첫 심문기일이 정해졌다. 소송을 제기한 자사고는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중앙고·한대부고 등이다.
법원은 배재학당(배재고)과 일주세화학원(세화고)은 23일 오전 10시30분에, 고려중앙학원(중앙고)과 이화학당(이대부고)은 23일 오후 2시에 첫 심문을 진행한다. 동방문화학원(숭문고)과 신일학원(신일고)는 26일 오후 3시에, 경희학원(경희고)과 한양학원(한대부고)은 27일 오전 10시30분에 첫 심문을 진행한다. 각 학교들의 입장이 다름에도 개별학교가 아닌 두개 학교씩 짝을 지어 재판으로 신청하면서 이같은 심문기일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이들 자사고 측의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취소 본안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들 학교는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인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신입생 입학설명회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자사고 교장은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3~4년은 걸린다”며 “적어도 내년에 입학한 1학년 학생은 ‘자사고 학생’으로 공부하고 졸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정은 촉박하다. 다음달 6일 전까지 2020학년도 입학전형을 확정, 공고해야 하는 만큼, 마지막 심문기일로부터 열흘의 시간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자사고 입시를 준비해온 중3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자사고 무더기 취소 사태와 불안 속에서 영재학교와 전국단위 자사고, 과학고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을 나타났다.
입시교육 전문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중학생 학부모 4573명을 대상으로 최근 온라인 고교 선호도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영재학교 선호도는 15.3%로 지난해 같은 조사 때보다 4.3%포인트 증가했다. 또 민사고·하나고·상산고 등 이번에 재지정을 통과한 전국단위 자사고는 지난해 19.7%에서 올해 22.5%로 2.8%포인트 증가했다. 과학고도 11.5%에서 13.4%로 1.9%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이번에 지정이 취소되면서 소송에 들어간 서울 자사고 등 광역단위 자사고들은 선호도가 전년도 8월 10.3%에서 올해 3.1%로 7.2%포인트 급락했다. 내년도 재지정 평가대상 학교인 외국어고와 국제고도 선호도가 하락했다. 외고는 전년 17.7%에서 15.6%로 2.1%포인트, 국제고는 전년 6.8%에서 6.2%로 0.6%포인트 각각 줄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영재학교와 전국단위 자사고, 과학로의 쏠림현상이 크게 나타나고 있는 반면 재지정이 취소된 학교들과 내년 평가를 기다리는 학교에 대해서는 선호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재지정 취소와 관련한 법정다툼과 무관하게 당장 신입생 모집과 재학생 이탈방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사고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세환 기자/gre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