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 "글로벌 성장 둔화, 美 경제에 심각한 피해 확신 없어"
지난달 금리 인하 때도 반대표…"외국 경기 부양 위한 금리 인하 안돼"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폭의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했지만 연준 내부에선 금리 인하의 조건으로 경기 둔화의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무역과 글로벌 성장 둔화가 미국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것이란 확신이 없다면서 연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했다.
로젠그렌 총재는 "미국이 올해 하반기에 2%에 매우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며 "완화 정책을 선택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미국이 경기둔화에 가까운 어떤 상태로 가고 있다는 증거를 보길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투표권을 지닌 위원 12명(현재 2명 공석) 가운데 한 명으로, 지난달 31일 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할 때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와 단둘이 반대표를 던졌다.
그는 연준의 금리 인하 이틀 후 추가적인 통화 완화를 억지로 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면서 금리 인하가 금융 안정성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로젠그렌 총재는 글로벌 성장 둔화, 금융 시장의 변동성 확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등 경제 위험 요인이 많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 소비자들이 미국의 경제 생산을 계속 이끌 것으로 예상하면서 연준이 금리 인하로 다른 국가들의 경제 활동을 부양하려고 노력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로젠그렌 총재는 "우리가 강하다면 다른 나라들이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꼭 통화정책 완화에 나서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국이나 유럽은 스스로의 정책 행동으로 그들 자신의 경제를 확장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주 미국 국채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수익률)가 역전돼 경기침체 공포가 제기된 데 대해서도 과도하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로젠그렌 총재는 "통화정책의 목표는 수익률 곡선(장단기 금리차)을 바로잡는 게 아니라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을 바로잡는 것"이라며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이 실업률의 급격한 상승을 예고해 금리 인하를 자극할 것이란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연준은 중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비롯한 주요 경제권의 성장세 둔화 때문에 미국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지난달 '보험성'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추가 금리 인하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대항하고 있다며 “제롬 파월(연준 의장)과 연준의 끔찍한 비전 부족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매우 강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마 일부 양적완화와 함께 기준금리가 꽤 단기간에 최소한 1%포인트 인하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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