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성추행 의혹에도 무대 오르는 도밍고…“매장 안 돼” vs “2차 피해”
뉴스종합| 2019-08-24 10:26
연합뉴스

[헤럴드경제=모바일섹션] 오페라계의 ‘슈퍼스타’로 군림해온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78) 동료 가수 등 다수의 여성을 성희롱했다는 의혹에 휘말려 거센 논란이 일고 있음에도 무대에 오른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도밍고는 25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루이자 밀러’의 바리톤 주역을 맡을 예정이다. 도밍고가 무대에 오르는 것은 그가 오랜 세월에 걸쳐 동료 가수 등 여성들을 상대로 성적으로 부적절한 언행을 해왔다는 폭로가 제기된 이후 처음이다.

AP통신은 지난 13일 도밍고가 수십 년간 여성 오페라 가수 8명과 무용수 1명 등 여성 총 9명에게 성적으로 부적절한 언행을 해 왔다고 보도했다. 도밍고의 행태가 오페라 세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음악계 관계자들이 입을 모으면서, 도밍고는 그동안의 명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

도밍고는 “여성들과의 관계는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고 즉각 항변하며 자신을 향한 의혹들을 부정해 왔다. 그러나 그가 총감독을 맡고 있는 로스앤젤레스(LA) 오페라가 이번 의혹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밝히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도 보도 직후 각각 내달과 10월로 예정된 도밍고의 콘서트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영국 런던의 로열오페라 하우스도 성 추행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강조하면서 도밍고의 혐의가 벗겨질 때까지 그가 무대에 서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영미권 공연계의 강한 비판과 달리, 유럽 공연계는 무죄 추정원칙을 적용해 도밍고의 예정된 공연을 막지 않을 방침이다. 헬가 라블-슈타들러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은 최근 성명에서 “현시점에서 되돌릴 수 없는 판단을 내리는 것은 옳지 않을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도밍고와 함께 무대에 서는 동료 가수들도 도밍고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오는 12월 15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스칼라 극장에서 열리는 도밍고의 오페라 데뷔 50주년 기념 공연을 비롯, 내년 11월까지 유럽 각지에 잡혀 있는 그가 출연하는 공연 21개 역시 대부분도 강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연 주최 측은 언론이나 대중과의 접촉 기회는 대폭 축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회의적인 시각을 지닌 사람들은 추문에도 불구하고 도밍고의 공연이 허용되고 있는 것을 반기는 모습이다. 성 추문 가해자로 폭로된 사람들을 성급히 매장할 우려가 있어, 미투 운동의 광풍을 식힐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미투 운동은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 추문 스캔들로 촉발된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이다.

반면 페미니즘 활동가들은 유럽 극장들과 오페라 가수들이 제기된 의혹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채 도밍고 편에 서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주고 행태라고 비판하고 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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