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드로잉·가구등 폭 넓어진 작품들…철저한‘리서치’로 가치평가 하죠”
라이프| 2019-08-26 11:34
앤 마리 리차드 소더비 인스티튜트 디렉터

세계에서 가장 ‘핫’한 회화작가 데이비드 호크니가 영국 여왕 즉위 65주년을 기념해 2018년 커미션으로 제작, 런던 웨스트민스터 애비에 설치한 스테인드글라스의 가격은 얼마일까. 미국 뉴욕 유니온 교회에 있는 앙리 마티스의 스테인드 글라스의 가치는? 제프쿤스의 ‘실버 버니’가 생존작가 최고가를 달성했는데, 패션 디자이너 스텔라메카트니와 제프 쿤스가 함께 만든 ‘실버 버니 목걸이’는 가격이 더 올랐을까?

‘예술품도 자산’이라는 명제는 이미 오랜 이야기다. 최근엔 가치평가를 해야하는 작품의 범위가 회화, 조각을 넘어서 그 주변부로 확장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소더비 인스티튜트와 공동으로 기획한 ‘시가감정 교육프로그램’에 메인 강사로 나선 앤 마리 리차드(Anne Marie Richard) 소더비 인스티튜트 순수미술, 장식미술 및 디자인 분야 디렉터는 헤럴드경제와 최근 만나 “컬렉터가 존재하는 한 감정시장은 영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3D’로 불리는 죽음(Death), 이혼(Divorce), 빚(Debt)이 소장가가 개인적으로 들고 있던 작품들을 시장으로 끌어내기 때문이다.

“회화나 조각은 상대적으로 그 가치를 평가하기 쉽습니다. 수많은 레퍼런스가 있어요. 경매기록만 찾아봐도 알 수 있죠. 그러나 최근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작가가 제작한 가구나 직접 만든 도자기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또 이전에는 거래되지 않았던 초기작 같은 경우도 문제죠” 리차드 디렉터는 네델란드 출신 추상표현주의 작가인 윌렘 드쿠닝의 초기작 중 아내를 그린 드로잉을 예로 들며 “드쿠닝의 회화 거래 기록은 많지만, 드로잉은 전무하죠. 특히 이렇게 구상인 경우는 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비슷한 시기 다른 작가의 작업을 예시로 가격 범위를 산정할 수 있죠. 예를 들면 자신의 아내와 연인의 초상을 많이 그린 피카소가 좋은 레퍼런스가 될 겁니다”고 말했다.

결국 미술품 가치평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리서치’인 셈이다. “시장에서 납득할 만한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야한다”는 그는 작품의 출처부터 전시에 대한 문헌, 소장기록, 주된 이미지와 주제, 작품 컨디션 등 여러 팩터가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작가의 학력이나 대학에서 전공 유무는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아무리 신진작가라고 할지라도, 거래가 되기전에는 가격을 책정할 수 없지요. 미국에서는 어떤 특정 공식으로 작품가를 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감정평가에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건 무엇일까. 리차드 디렉터는 유족들이 만들어내는 작가 사후 제작 작품들, 작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는 작가들을 꼽았다. “분명 자신의 초기작인데 수복상태를 내세워 작품을 인정하지 않는다거나 혹은 시장에 돌아다니는 작품 수를 조절하려고 ‘증명서’를 발급해 주지 않는 작가들도 있습니다. 사후 제작 판화나 사후 캐스팅한 조각도 문제죠. 시장 질서 자체를 거부하는 셈이니까요”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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