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법조계 “조국 검찰개혁안, 재탕에 방향도 잘못잡았다”
뉴스종합| 2019-08-27 11:25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출근을 기다리던 취재진이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청문회 준비단은 이날 조 후보자가 피로 누적으로 출근하지 않고 자택에서 쉴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도덕성 논란에 이어 정책 비전을 둘러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개혁안을 놓고도 법조계에서는 ‘재탕’인데다 방향설정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후보자는 26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있는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검찰개혁 분야 정책안을 발표했다. 개혁안은 검경수사권 조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재산비례벌금제 도입, 형사공공변호인제도 도입 등 정책 5개를 골자로 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해서는 이미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데다 법안 세부내용을 조정해야 하는데, 성급한 발표라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공수처 및 수사권 조정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정철 변호사는 “전체적으로 조정안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현 법안은 경찰의 힘을 키워서 검찰의 힘을 떨어뜨리는 구조를 띄고 있다”며 “검경이 잘못된 수사를 서로 견제할 수 있도록 경찰에 1차적 수사권을 주고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주는 형태로 가야 인권침해도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 검찰개혁에 대한 자문을 했던 한 변호사는 “검찰개혁의 핵심인 인사권자에 따라 정치적으로 움직이는 검찰의 ‘특수수사’를 그대로 둔 조정안을 법제화하는 게 과연 개혁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산비례벌금제는 형사법상 책임주의 원칙과 형벌비례원칙에 반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형사법 전문가는 “이른바 ‘황제노역’ 문제는 구금일수와 노역장 유치기간을 계산하는 방식을 달리하거나 그 부분에 한해서 원칙을 세우면 된다”며 “황제노역이 있다고 해서 벌금을 올리는 건 형벌비례원칙에 반한다”고 꼬집었다. 김정철 변호사는 “세금은 조세형평에 따라 비례원칙을 적용할 수 있지만, 형벌은 원칙적으로 잘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고, 불법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했다.

경찰 단계에서 피의자가 국선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는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형준 변호사는 “형사소송에서 개인을 변호하는 건 변호인인데, 형사공공변호인제는 국가가 변호인의 지위를 잠탈할 소지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가 변호까지 관여하게 되면 전형적인 이해충돌 문제가 생긴다.

조 후보자 발표한 내용은 이미 법무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을 ‘재탕’한 것으로, 새로운 개혁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후보자는 전날 이같은 지적에 대해 “법무행정의 연장선에서 겹치는 게 있을지 모르겠지만 잘 보시면 예컨대 재산비례벌금제 같은 경우엔 새로운 것일 거다, 확인해보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후보자가 내세운 정책 5개 중 4개는 법무부와 검찰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 설치안은 이미 국회 패스트트랙에 지정돼 법무부 손을 떠났다. 범죄수익환수와 관련해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에 각각 범죄수익환수과와 범죄수익환수부를 설치한 상태다.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는 법무부가 입법예고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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