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불확실성 증폭’ 수세적 경영 불가피…삼성, 비상경영체제 유지
뉴스종합| 2019-08-30 10:05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삼성전자가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비상경영’의 수위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갈등으로 인한 대외 변수에서 비롯된 ‘비상경영 체제’에 이번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 판결로 재심 준비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삼성전자로서는 정상적인 기업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최근 3년간 이 부회장 재판 등으로 인해 미뤄져온 본격적인 ‘글로벌 전략’에도 다시 제동이 걸리게 됐다. 소규모 투자와 인수는 계속 진행됐지만 대규모 M&A는 2017년 초 미국 전장업체인 하만(Harman) 인수가 사실상 마지막이다.

반면 글로벌 업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기업 간 M&A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돼 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80조원 규모의 투자·고용 계획과 올해 133조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투자 계획, 글로벌 AI 센터 설립 등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는 듯 했으나 이번에 가장 큰 불확실성 요인이 추가되면서 당분간 글로벌 M&A나 대규모 투자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송 장기화로 삼성을 키우는데 집중해야 할 가장 희소한 자원(attention)이 분산될 수 있다”면서 “경영환경이 안정적이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지금은 악재가 많아 최악의 경우 총수만이 할 수 있는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문제해결이나 대규모 인수합병 및 사업재편 등을 실기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이 부회장은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방문해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에 대한 투자를 시사한 바 있다. 상반기 투자 결정을 내리고 하반기들면서 집행에 나섰어야 함에도 대법원 재판이 지연되면서 투자 발표도 계속 지연돼 왔다. 이 부회장의 재심을 준비해야 하는 삼성으로서는 당장 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어렵게 됐다.

[연합]

다만 당장 이 부회장의 거취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비상경영 체제’에서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날 대법원 판결 직후 배포한 입장문에서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삼성이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성원 부탁 드린다”면서 ‘흔들림 없이 대내외적 상황을 극복해 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 내부적으로 대법원 판결의 파장을 최소화하는 한편,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정상적인 기업활동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스마트폰 업황 부진, 미중 무역전쟁, 일본 수출 규제 등 직면한 현안도 산적해 있다.

이 부회장은 당분간 사업장 방문 일정을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부회장은 이달에만 네 차례에 걸쳐 반도체, 가전, 디스플레이사업장 등을 찾아 임직원을 독려하고 생산라인을 챙겨왔다. 회사의 주력 사업을 점검하고 리더십을 천명하는 한편,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며 비상경영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중요 경영사안에 대한 이 부회장의 결단이 당분간 보류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디바이스솔루션(DS) 김기남 부회장, 소비자가전(CE) 김현석 사장, IT모바일(IM) 고동진 사장 등 3명의 대표이사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가 보다 공고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당분간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기는 어렵게 됐다”면서도 “흔들림 없이 위기 대응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헤럴드DB]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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